땀 많이 흘리면 혈관 확장…심장 빨리 뛰어 “SOS”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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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7-24  |  수정 2012-07-24 07:43  |  발행일 2012-07-24 제18면
■ 심혈관 질환, 더워도 걱정
열대야·폭염 노인에게 특히 위협적…야외활동 자제를
한꺼번에 물 많이 마시지 말고 미네랄 음료 자주 공급
덥다고 갑자기 찬물 끼얹으면 자칫 심장마비 올 수도
땀 많이 흘리면 혈관 확장…심장 빨리 뛰어 “SOS”


지난해 여름. 70세 노인이 농사일을 하고 지쳐 쉬다가 잠에 들었다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갔다. 환자는 발열과 함께 탈수가 심한 상태로 의식도 혼미했다. 응급실에선 수액을 공급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낮췄다. 노인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영양 공급과 수분 섭취를 늘렸다. 환자는 곧 몸 상태가 호전돼 별탈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여름철 심장건강 주의보

심혈관 질환이 추운 겨울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겨울에 사망률과 유병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한여름에도 증가한다. 노약자나 심혈관 질환자는 한여름의 무더위가 치명적일 수 있다.

왜 그럴까. 여름에 심혈관질환이 증가하는 것은 더위가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체온이 올라가면 열을 발산하기 위해 땀을 배출한다. 땀이 평소보다 많이 배출되면 혈관은 어떻게 될까. 그만큼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넓어진 피부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보내게 된다. 즉 심장이 빨리 뛰게 되면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또 뇌로 공급하는 피의 양은 상대적으로 줄어 인지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땀을 많이 흘리면 우리 몸의 혈액이 굳어 혈전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열대야와 폭염은 노인에게 위험하다. 특히 더위에 약한 노인이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혈관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여름철엔 무리한 운동을 삼가야 한다. 갈증이 있어도 한꺼번에 물을 많이 마시기보다 미네랄이 함유된 음료를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더위 멀리할 것

여름철 심장 질환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여러가지 있다. 먼저 폭염이다. 심혈관 질환자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 특히 노인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처음엔 몸이 괜찮다가 갑자기 화를 당하는 일이 노인에게 종종 생긴다. 심한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질환자는 심장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의 부담이 극도로 높아진다. 휴가를 갈 땐 이동하는 중간에 자주 틈을 내, 쉬어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 일정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열사병도 문제다. 기온이 갑자기 높아진 환경에 노출돼 오래 있다보면 갑자기 땀이 많이 나오면서 두통과 메슥거림, 구토 등이 온다. 체내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서 그렇다. 이런 증상을 일사병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체내 혈액량이 줄고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심장병이 갑작스레 악화된다. 이럴 땐 시원한 그늘에 누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서서히 좋아진다.

이런 일사병을 방치하면 곧 열사병이 된다. 열사병은 높은 기온에서 장시간 작업할 때 뇌의 체온조절 중추가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땀 배출기능에 장애가 오면서 사망까지 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일사병과 열사병을 예방하려면 더위를 피하고 물을 많이 먹으면 된다. 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작업 중 물과 소금을 자주 먹어주면 된다. 오후 1~4시 사이엔 가급적 더위를 피하는 게 좋다. 또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조속히 치료를 해야한다. 체온이 갑자기 올라가고 의식이 오락가락 할 땐 우선 시원한 곳을 찾아 몸을 쉬도록 해야 한다. 이때 몸을 눕게 하고 다리쪽을 높게 해야 뇌로 피가 잘 전달된다.


◆에어컨 적당하게

냉수욕하다 봉변당하는 일도 종종 있다. 노인은 특히 이를 조심해야 한다. 덥다고 몸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으면 높은 체온 탓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게 된다. 이때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갑자기 감소하면서 심장병이 악화된다.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냉수욕을 하려면 33~36℃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술을 마시고 찬물을 들이붓는 것은 위험하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것도 노약자에겐 위험할 수 있다.

냉방병은 시원한 실내 건물에서 오래 지내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시원한데도 몸이 나른해지고 목이 아프고 눈이 충혈된다면 냉방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증상은 장시간 낮은 온도에 노출될 때, 혹은 실내 화학물질에 자극을 받을 때 생긴다.

심장병 환자는 찬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심장박동이 빨라져 건강에 좋지 않다. 또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무리 시원한 곳이라도 실내온도는 실외와 5℃ 이상 차이가 나면 건강에 좋지 않다. 에어컨은 틀어놓고 중간중간 창문을 열어 환기해야 한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기본 수칙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고단백식 위주의 식사보다는 땀으로 배출된 전해질을 보충해주고, 수용성 비타민·칼슘·마그네슘·철분 등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과일, 채소 등을 충분히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다.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자율 신경계를 자극하고, 근육을 이완시켜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하자. 수영, 산책, 가벼운 조깅 등을 하루에 20~30분 정도, 1주일에 4~5회 정도 늦은 오후에 하는 것이 좋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 허승호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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