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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업계가 맛집 모시기에 열을 쏟고 있다. 집객효과와 샤워효과를 노린 맛집 유치가 활발해지면서 백화점 전체의 매출 증대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대백프라자의 안동 먹거리 버버리 찰떡이 들어있는 ‘버버리 단팥빵’ <대백프라자 제공> |
백화점들이 ‘맛집’에 목숨을 걸었다. 식품관이 불황속 효자 코너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관은 꾸준한 매출 신장세를 보이는 데다 백화점이 그토록 바라는 젊은 소비층 확보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 백화점마다 식품관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식사 후 눈요기 쇼핑
상품 구매 이어지는
분수 효과
대백프라자
‘버버리 단팥빵’
동아백화점 쇼핑점
‘애슐리 W’ 등
백화점마다
유명 맛집 모셔와
매출 증대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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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의 뉴욕 대표적 간식거리 ‘앤티에스 프레즐’<롯데백화점제공> |
◆집객효과·샤워효과 톡톡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대구점에는 독특한 매장이 오픈했다. 싱가포르의 육포집 ‘비첸향’. 국내에서는 관세법상 육포의 국내 반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비첸향을 맛본 사람들이 쉽게 그 맛을 잊지 못했다. 백화점 상품기획자는 홍콩 출장 중 육포를 사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손님을 보고 수십차례의 e메일과 미팅을 통해 국내 백화점 중 최초로 롯데백화점에 입점시켰다.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이 집 육포는 한달에 2천500만원어치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동남아시아의 육포 브랜드를 들이기 위해 이처럼 공을 들인 이유는 매출 때문만은 아니다. 식품 구매고객이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파워가 크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상위 1% 고객이 식품 매장에서 구매 후 의류나 잡화 등 타 상품군으로 구매가 이어지는 경우는 98.1%에 이른다. 무엇보다 식품의 경우 다른 상품군에 비해 구매주기가 짧다. 일단 맛에 길들여지면 자주 찾게 된다. 의류 상품의 경우 구매 주기가 월 1회인 데 반해, 식품관 이용 고객은 주 1회로 빈도수가 월등히 높다.
그래서 식품관은 백화점이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 그나마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불황이라 의류 등 겉치장은 자제하더라도 먹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쉽게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올 상반기 식품관 매출 신장률은 5%. 백화점에서 70%에 달하는 구성비를 차지하는 의류가 품목에 따라 1%대 내지는 마이너스 신장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식품관의 선방이 더욱 돋보인다.
백화점들이 이름난 맛집 모셔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또다른 이유는 ‘9·10층에서 밥 먹은 손님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돈을 쓴다’는 사실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식당가 이용고객을 분석한 결과 밥을 먹은 당일에 한 가지 이상 상품을 산 비율이 45%에 이르렀다. 식사한 김에 눈요기 쇼핑을 하다가 물건을 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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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쇼핑의 아메리칸 그릴&샐러드바 ‘애슐리 W’ <동아쇼핑 제공> |
특히 식품관은 백화점이 미래 활로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강조하고 있는 젊은 고객층 확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가 잠실점 20대 고객의 구성비와 매출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잠실점을 찾는 전체 고객중 20대의 비중은 17.8%였으나 델리 매장이 모인 ‘영 푸드 스트리트’만 보면 29.9%까지 20대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온다. 매출 구성비로 봐도 잠실점 전체에서는 20대 고객이 9.4%의 기여를 하지만, 델리 매장에서는 28.8%나 된다.
백화점으로서는 사실상 비슷한 상품 내지는 동일한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더이상 차별화 전략이 힘든 상황에서 유명한 맛집을 점포 내에 입점 시켜, 내점 고객 증가와 입소문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유통업체마다 새롭게 공을 들이는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백프라자 델리코너 김재철 대리는 “식품관은 자체 매출 외에도 고객 ‘집객효과’와 ‘분수효과’로 백화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식품관 단골 고객들은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VIP고객 비중이 높아 식품관 단골고객 유치가 결국 백화점 전체 VIP 매출 활성화 효과를 일으킨다”고 전했다.
◆불황 모르는 백화점 효자코너
대구백화점 식품관의 맛집 ‘달로와요’는 200년 전통의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로 1802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되었으며 대백프라자점에서는 2006년 11월에 오픈했다. 한국인이 좋아할만한 100여가지 제품을 따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달로와요’는 현재 대구에서는 대백프라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고급 베이커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2012년 매출도 전년 동기간 대비 10% 이상 신장했다.
대백프라자 식품관에는 지난 5월에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안동 먹거리 버버리 찰떡이 들어있는 ‘버버리 단팥빵’ 매장을 대구지역 백화점 최초로 오픈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버버리 단팥빵’은 단팥빵에 버버리 찰떡을 넣어 만든 빵으로 속앙금에는 팥, 완두, 고구마, 단호박 네가지 맛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자의 기호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백 본점의 경우 작년 7월 오픈한 어묵 전문점 ‘수가마보꼬’가 젊은층의 입맛을 잡는데 성공했다. 본점의 경우 주위 영고객층의 방문이 많아 튀김어묵전문점인 ‘수가마보꼬’는 입소문으로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오픈 1년만에 본점 델리코너 매출 1위에 올랐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올 4월 ‘앤티에스 프레즐’을 입점시켰다. 미국식 도넛으로 잘 알려진 프레즐(Pretzel)은 패스트푸드의 단점을 보안한 튀기지 않은 저지방, 저칼로리 베이커리로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는 높은 식사대용 디저트를 찾는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델리 천원희 매니저는 “외국 여행이 보편화된 시점인 2005년부터 ‘더 새로운 것’ ‘감각적인 것’을 찾는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백화점들이 이런 고객층을 붙잡기 위해 식품관 델리(즉석요리) 매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앤티에스 프레즐은 입점하면서부터 델리 브랜드 중 두번째로 높은 평효율을 유지, 월평균 평당 61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효자브랜드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이밖에도 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노원점, 부산본점, 광주점, 대구점 등 7개 점포에 한해 ‘고객 맛 평가단’을 모집한다고 밝히고 평가단 100명을 선정하여 고객 눈높이에 맞춘 식품관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의 경우 2010년 아메리칸 그릴&샐러드를 지향하는 ‘애슐리 W’를 입점시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양한 샐러드와 즉석요리 및 갓 구운 쿠키, 커피 생두를 현장에서 볶아 제공하는 커피 등으로 10대는 물론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도 인기가 많은 애슐리의 경우 전국에 100여개가 넘는 점포가 영업 중에 있으며 지역에는 동아백화점 쇼핑점 ‘애슐리W’를 비롯하여 총 6개 지점이 운영 되고 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은 ‘애슐리 W’의 입점 이후 객수 증가와 매출 증대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재 쇼핑점 ‘애슐리 W’의 경우 대구지역 애슐리 6개 점포중 매출1위, 전년 대비 신장률 118%, 일 고객 방문 1천명으로 주 고객 층인 20대와 30대의 신규 고객 증가로 영캐주얼의류와 액세서리, 제화 등의 매출도 전년과 비교해 12% 수준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아백화점 측은 ‘애슐리 W’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식사 후 매장을 둘러보는 샤워효과(Shower Effect)로 특히 점심 시간대의 매출이 입점 이전보다 10% 이상 증가했고, 특히 짧은 시간에 구매가 가능한 액세서리와 모자 등의 패션 소품 시즌 상품의 구매가 활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개인 블로그와 맛집 소개 사이트 등에 소개되면서 대구지역 인근의 구미와 안동 등도 단체 식사 예약을 접수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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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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