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만 해도 하얀 쌀밥을 매일 먹는 집은 부잣집이었다. 그 시절 우리나라에선 입에 넣으면 살살 녹고 윤기가 흐르는 밥을 최고로 쳐주었다.
그런데 시절이 바뀌었다. 옛날 최고로 인식했던 밥상이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피자와 햄버거, 도넛 등 고열량이지만 영양분이 적은 음식은 정크푸드로 취급받는다. 그동안 맛있게 먹어왔던 국민 간식 라면도 몸에 해롭단다. 이뿐만 아니라 떡가래를 찍어 먹었던 조청, 아이들이 감기가 걸리면 특별식으로 주던 설탕물도 해롭다고 한다. 대신 건강에 도움된다는 현미, 잡곡, 친환경 농산물, 무항생제 돼지고기, 유기농 식품, 슬로푸드, 거친음식을 지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건강음식은 옛날의 무공해 식재료를 오늘날의 조리시설에서 조리해 골고루 먹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힐링식품
평소 먹는 음식이 건강에 기여하는 정도는 약 70%라고 한다. 그럼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
비싸거나 진귀한 음식이 좋은 음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건강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언제나 중요하지만, 몸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면 두말할 것 없이 먹는 것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막상 성인병을 진단받으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이 음식은 어디에 좋고 저 음식은 어디에 좋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음식만 먹으면 건강해질까.
건강한 음식과 건강하지 않은 음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건강음식이란 음식의 종류보단 음식의 질과 양이 좌우하다고 볼 수 있다. 현미밥이 몸에 좋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현미밥을 많이 먹으면 더 건강해질까. 과일이 몸에 좋다고들 한다. 당뇨병 환자가 과일을 종류마다 배부르게 먹으면 당뇨병이 나을까. 물론 그렇진 않다.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측면이다. 사람의 식욕, 수면, 성욕 등 기본적인 욕구는 생명유지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대체로 식욕을 돋우고 맛이 좋은 음식은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많다. 요즘 우리나라 음식은 짜고 달고 감칠맛이 있어야 잘 팔린다. 식사 후에는 포만감도 있어야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배부른 식사는 건강하지 않은 식사에 속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힐링(치유)식품이다.
◆당뇨병
힐링식품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당뇨병환자를 위한 식사를 알아보자. 실제 계명대 힐링식품사업단이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의 식이임상시험을 했을 때 현저하게 당화혈색소(Hba1c)가 개선돼 혈당 조절이 잘 됐다. 물론 배고픔도 적었다. 이때 사용된 영양소 구성비율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각각 50∼60%, 15∼20%, 20% 로 대한당뇨병학회에서 권장하는 기준으로 구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포만감을 유지하기 위해 샐러드, 채소류의 단위를 많이 높였다.
밥은 현미밥 위주로 구성됐고 적정단위를 넘지 않도록 했다. 전체 섭취 열량은 키와 체중에 맞추고 신체 활동량을 고려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당뇨병 힐링식단의 비밀은 적정 영양 비율을 유지하는 것과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먹으면 되는데 왜 안될까. 답은 가정에서 힐링식단을 먹거나 조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힐링식품의 섭취를 중단하자 임상시험 참여자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즉 대부분의 참여자는 기본적인 욕구를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비만
비만도 대표적인 식사관련 질환이다. 체중조절의 핵심은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비만 힐링식단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을 각각 50%, 20%, 30%으로 구성했다.
일반적인 식단보다 탄수화물의 비율이 낮고 단백질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은 탄수화물 67%, 지방 15%, 단백질 18%로 비율로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살을 빼려면 기름기를 적게 먹는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 국민의 지방 섭취량은 외국에 비해 많지 않다.
12주간의 임상시험 결과 평균 4∼6㎏의 체중이 감량됐고 아직 진행중에 있다. 비만 힐링식단도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했고 특히 저녁식사에는 샐러드를 많이 제공했다. 저열량 식사시 나타날 수 있는 탈모, 변비의 발생을 줄이도록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포함했다. 특히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도록 구성했다.
◆고혈압
고혈압은 실제 임상시험을 시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든 건강식단의 기본은 저염, 저당질, 저지방이기 때문이다. 앞서 했던 당뇨병 힐링식품, 비만 힐링식품도 소금을 적게 사용한다. 임상시험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혈압은 측정하는데 힐링식품을 섭취한지 2주 후부터 혈압이 낮아진 점이 관찰됐다.
서 교수는 “음식은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이젠 음식으로 허기를 해결하고 맛만 추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음식의 건강 기능성을 보고 섭취해야 한다.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의 열량이 얼마인지, 3대 영양소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지, 어떻게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있는 닥터셰프는 힐링식품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반인은 물론 비만, 당뇨병, 고혈압, 만성 콩팥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 및 가족에게 개별 영양상담을 통한 맞춤식사를 제공해 음식으로 질환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서영성 계명대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힐링식품=건강 맞춤형 식단을 의미한다. 힐링식품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각각 적정 영양소비율로 식단을 구성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조리하고, 그 음식이 환자별 질환별로 맞춰진 것이다.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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