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동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사경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
김상호씨(33)는 첫째 아들(1)이 태어난지 2∼3개월 때부터 간혹 얼굴이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 다되도록 얼굴이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아지지 않자, 병원을 찾았다. 김씨의 아들은 병원으로부터 사경(斜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질병인 사경은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사경의 사전적 의미는 ‘목이 돌아가면서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신생아 부모는 “아이가 한쪽으로만 고개를 돌리고 잔다” 혹은 “아이 목에 혹이 만져진다”고 말한다. 조금 더 성장해 목 가누기를 할 수 있는 아이의 경우 “아이 목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아기가 한쪽으로만 뒤집기를 한다”고 표현한다.
사경은 크게 △선천성 근육성 사경 △측경 △연축성 사경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증상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에 따라 각각의 치료법이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신생아 사경의 60∼70%는 선천성 근육성 사경이다.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대부분 생후 3개월 이전에 한쪽 목의 근육이 혹처럼 커지거나 두꺼워진 점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게 된다. 목의 한쪽 흉쇄유돌근의 길이가 짧아 목이 두꺼워진 근육 쪽으로 기울고, 얼굴은 반대쪽을 향하게 된다. 힘을 줘서 환아의 고개를 반대로 돌리려고 하면 심하게 울기도 하며, 한쪽으로만 얼굴을 돌리고 누워 있는다. 이로 인해 사경을 앓는 아이는 뒤통수가 납작하게 눌려 2차적으로 두개골이나 얼굴에 변형이 발생한다.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서양에 비해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임상적 증상, 전문의의 진찰과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
아기가 성장할수록 근육도 따라서 자라고 비정상적인 자세와 습관도 몸에 배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진단과 함께 빠른 재활치료의 시작이 합병증과 2차적인 근골격계 변형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꺼워진 근육은 신장운동과 초음파치료, 자세 교정을 통해 1∼2개월에 걸쳐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치료 전 후 근육의 크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근육의 두께와 상관없이 머리정위반사(몸이 기울어도 머리는 똑바로 유지하려는 성향)가 정상적으로 발달돼야 고개가 기울지 않으므로 소아발달재활치료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경으로 아기가 한쪽으로만 누워 자면서 생기는 두개골 변형은 좌우로 번갈아 가며 재우고, 딱딱한 매트리스와 베개를 사용해 두개골이 좌우 대칭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심한 두개골 변형이 있는 경우 성형외과 두개안면클리닉과 협진해 교정모 치료를 하기도 한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해 증상이 남거나 2차적인 근골격계 변형이 예상되는 경우 보툴리늄 독소를 이용한 근육 주사요법이나 외과적 수술로 교정할 수 있다.
측경은 원인을 치료해야 호전된다.
측경은 환아의 80% 이상이 목 가누기가 발달되는 생후 3개월 이후에 병원을 찾는다. 목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고개는 양측으로 잘 돌릴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사경 중 측경은 약 30∼40%에 해당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 전문의의 진단 후 올바른 자세와 습관에 대한 교육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대부분 호전된다.
그러나 뇌성마비, 뇌종양 등 뇌신경계병변이 있는 경우, 중도의 인지장애나 운동발달장애, 혹은 사시 등 눈의 이상에 의한 안성 측경의 경우 1차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좋아질 수 있다.
연축성 사경은 주로 성인에게 발견된다. 목에 저절로 힘이 주어지면서 한 쪽으로 목이 계속 돌아가는 경우를 말한다. 국소적 이상 운동증(focal dystonia)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목 이외의 신체 다른 부위에서도 이상 운동이 동시에 관찰되기도 한다. 증상이 지속되면 목, 어깨 부위에 통증을 호소한다. 이상 운동을 초래하는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원인을 알지 못하는 원발성 연축성 사경은 일차적으로 보튤리늄 독소의 반복 주사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사경은 조기 발견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예후에 아주 중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이소영 계명대 동산의료원 재활의학과 사경클리닉 교수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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