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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명숙씨(가명·35)는 요즘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게다가 일주일에 하루이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의무적으로 밥을 먹는 날엔 배가 너무 불러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하는 일도 있다. 밥을 먹고 나면 명치 아래쪽이 꽉 눌리는 듯한 느낌도 있다. 잘 먹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몸무게는 그대로다.
김씨의 증상으로 보건대 ‘기능성 위장관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소화성궤양같은 다른 질환일 수 있다. 기본검사와 소화관 내시경검사를 해보니 특이점이 없었다. 결국 소화불량 중에서도 ‘식후불편감증후군’ 진단이 내려졌다. 의사는 다른 질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항우울제와 소화관운동 촉진제를 먹도록 했다.
50대에 접어든 박미숙씨는 벌써 몇 년째 복통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젊을 때부터 소화기능이 좋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배가 아플 때 대변을 보고 나면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배변도 불규칙했다. 배가 심하게 아플 때는 하루 세 번 이상 설사를 했고, 어느 때는 며칠씩 화장실에 못가기도 했다. 최근 몇달 동안 몸무게가 4∼5㎏ 줄었다.
의료진은 증상으로 미뤄 기능성 장질환 중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50세 이상이라는 나이와 체중 감소 등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있었다. 부인과 검사와 위장관 내시경, 복부 CT 촬영을 했지만 특이한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환자를 안심시키는 한편 항우울제와 소화관운동 조절제를 투약했고 곧 증상은 좋아졌다.
◆기능성질환
인체의 질환은 크게 둘로 분류된다. 기질적질환과 기능성질환이다. 기질적질환은 암이나 궤양, 염증 또는 뇌졸중같이 검사를 통해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것이다. 기능성질환은 검사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다.
최근엔 기능성장애라고 해도 의학이 발전하면서 이상구조가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른 치료방법이 발견돼 기질적 질환으로 분류되는 일도 있다. 이같은 이유 탓에 기질적질환과 기능성질환을 엄밀하게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표적 기능성질환으로는 만성피로증후군, 섬유근통증후군, 취식 장애, 월경전 증후군 등이 있다. 특히 이 질환은 구역질, 구토, 복통, 소화불량 등 다양한 위장관 증상이 뚜렷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기능성 소화불량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장증후군이다. 먼저 기능성 소화불량이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이다. 최근 들어 여러가지 발병 기전이 학회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지나친 소화관의 운동성, 너무 예민한 내장신경, 중추신경과 내장신경 사이의 부조화, 감염에 의한 예민한 상태, 정서적 요인 등이 그것이다. 최근엔 성장기의 어려운 사회 환경, 개인적 소인(체질), 정서적 불안상태 등이 모두 관여한다는 설도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식후불편감증후군과 심와부동통증후군으로 나뉜다. 심와부는 흔히 가슴뼈 바로 아래 명치부위를 말한다. 두 증후군 모두 최소 6개월 전 발생해 최근 3개월간 지속돼야 진단할 수 있다. 식후불편감증후군의 경우, 정상적인 식사 후에 발생하는 식후 불편감이나 조기 포만감이 적어도 일주일에 여러 차례 있으면서 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다.
심와부동통증후군은 심와부에 느껴지는 통증이나 열감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간헐적으로 있다. 이때 통증은 심와부 외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가지 않는다.
이 질환은 환자와 상담을 통해 간단한 검사만 한 뒤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워낙 위암 유병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위 내시경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우선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2년마다 시행하는 국가 암검진에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가 포함돼 있는 만큼 40세 이상은 검진을 받으면 좋다.
◆과민성 장증후군
과민성 장증후군은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대변을 보고 난 뒤 호전되는 증상이 있다. 또 평소 정상적이던 배변 횟수가 갑자기 늘거나 줄었을 때, 무른 변이나 딱딱한 변이 동반되면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증상으로는 대변에 미끈미끈한 거품 같은 점액이 나오고,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반복된다. 또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자꾸 부른 것 같고 가스가 찬 느낌이 든다. 대변을 볼 때 힘이 많이 들고 여유시간 없이 갑자기 대변이 심하게 보고 싶어지는 일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악화된다.
박경식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 상당수는 자신의 질환을 암같은 심각한 병으로 생각해 많이 불안해 한다”며 “이상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박경식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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