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라코스테

  • 입력 2012-06-02  |  수정 2012-06-02 07:43  |  발행일 2012-06-02 제14면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라코스테

꽃향기 가득했던 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곧 시작될 무더위를 대비하여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겸비하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 단연 피케셔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을 타지 않아 매년 사랑받으며 활동적이지만 격식을 갖추었다는 느낌도 들어 여름철 상의의 대명사로 불리며 남성 의류계의 밀리언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아이템이다.

이러한 피케셔츠를 세계 최초로 제작한 브랜드가 바로 ‘라코스테(LACOSTE)’다.

피케(Pique)는 프랑스어로 ‘면직물’을 뜻하는 단어로, 사계절 모두 입을 수 있지만 매쉬 소재로 만들어져 통풍이 잘되며 시원하고 단정한 라펠의 느낌으로 특히 여름철에 사랑받는 패션 ‘잇 아이템’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캐주얼 및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피케 셔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윔블던, 프렌치오픈, US오픈을 모두 제패한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가 1927년 경기를 위해 개인적으로 만들어 입은 옷에서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테니스 선수들은 소매가 길고 재질이 뻣뻣한 정장에 가까운 클래식 셔츠를 운동복으로 입었는데, 이에 불편함을 느낀 르네 라코스테는 면직물로 만들어 땀 흡수가 잘 되면서 통풍성이 좋은 ‘저지 쁘띠 피케’ 소재를 사용하여 유니폼 셔츠를 만들게 된다. 색상은 전형적인 테니스복 컬러인 흰색으로 하되, 소매를 반팔로 하고 소매 끝에 밴드를 달아 몸에 잘 밀착되도록 디자인하였고, 가슴에 작은 악어 마크를 새겨 넣었다. 당초 이 셔츠는 판매용이 아니었지만 르네 라코스테가 입고 나온 뒤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1933년 프랑스에서 가장 큰 니트웨어 제조업을 운영하던 의류업계의 거물 ‘앙드레 질리에’가 동업자로 참여하면서 대량 생산을 하게 되었고, 현재의 라코스테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피케 셔츠는 테니스 복으로는 물론 일상복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점차 컬러도 다양해지게 된다. 라코스테 피케 셔츠의 악어 로고는 의류 역사상 최초로 옷의 표면에 부착된 로고이기도 하다.

악어 로고가 라코스테의 로고가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미국 언론과 테니스 팬들은 르네 라코스테를 ‘한번 물면 절대 먹이를 놓지 않는 악어’에 비유하였다. 코트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승부욕이 강한 그의 플레이 때문이다. 르네 라코스테의 블레이저 상의에 그의 친구가 별명을 본따 악어를 자수로 수놓아 준 것을 계기로 그가 디자인한 모든 옷에 악어 로고를 새겨 넣게 된 것이다.

라코스테가 출범한 지 7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브랜드의 DNA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유럽에 이어 미국, 아시아로 사세를 확장했지만 절대 과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브랜드를 경영함에 있어 철칙으로 지키는 0순위가 바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보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흩뜨리지 않는 범주에서 라코스테는 진화하고 있다. 결국 변치 않는 DNA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으며, 롱런의 비결이 된 것이다.

라코스테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뤘으며, 2010년 론칭한 영 스트리트 캐주얼 ‘라코스테라이브(LACOSTE L!VE)’, 액세서리 라코스테 단독점 등을 하나둘 확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여성 컨템포러리 마켓에서도 라코스테를 선보인다. 느리게, 차근차근, 한 걸음씩을 외치며 브랜드 DNA를 지킨 ‘라코스테’가 세포 분열을 시작하며 토털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프리앤 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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