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 봉사활동으로 동네 노인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는 대구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 소속 김영곤 경위가 7일 오후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대구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 소속 김영곤 팀장(56·경위)은 적적하고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달서구지역 노인에겐 ‘청량제’와도 같은 존재다.
김 팀장의 노인 공경은 보물1호인 색소폰을 통해 발현된다. 악기를 통한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근무시간이 비거나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그는 색소폰을 들고 어르신을 찾아 복지관, 요양원을 찾는다. 2004년이후 꾸준히 해오던 일이다.
지난 3일에도 달서구 본동에 있는 노인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어르신 300명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줬다. 그가 ‘울어라 열풍아’ ‘동숙의 노래’ ‘나그네 설움’ 등을 연주하면 어르신들은 옛 추억을 반추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공연이 끝나면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고, 앙코르 공연은 당연시됐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김 팀장은 하루의 피곤함도 잊게 된다고 한다.
색소폰은 11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김 팀장은 “본래 음악을 좋아했고, 매력적인 색소폰은 꼭 한번 배우고 싶었다. 이왕이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음악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특히 어르신에게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게 된 것은 나름대로 아픈 사연이 있었다. 2003년쯤 업무차 자주 들렀던 서구 중리동 한 요양원에서 70대의 한 어르신을 알게 됐다. 북한이탈주민인 이 할아버지는 항상 그를 자식처럼 반겨줬다. 당시는 색소폰을 배우는 단계여서 공연은 엄두도 못냈다. 1년 뒤 이 할아버지에게 멋들어진 공연을 하고 싶어 찾아갔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때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거동도 불편한 어르신이 내 손을 꼭 잡으면서 ‘내가 살아있을 때까지 자주 찾아와 색소폰 연주도 해 주게’라는 말도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이후 그는 달서구 도원동에 있는 색소폰동아리 ‘소리향기’ 연습실에서 매주 2차례 3시간씩 연주연습을 하며 실력을 쌓았다. “그 할아버지는 없지만 대신 요양원의 다른 노인들을 위해 자주 연주를 했어요.”
올해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로 오면서 그의 색소폰 출장연주 횟수는 더 잦아졌다. 인근 노인복지관에서 매주 1회씩 정기공연을 하게됐다. 공연을 본 어르신들은 고마운 마음에 5천원짜리 식당 식권 2개를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연주뿐 아니라 공연후에는 어르신들에게 행여 불법사금융이나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예방활동도 한다. 본동사회복지관의 지원을 받는 어르신들에게 순찰차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연주를 통한 효심도 지극했다.
“청도에 사시던 아버지가 지난해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생신 때마다 색소폰을 연주해주면 늘 아버지는 고마운 마음에 자식 앞에서 눈물을 보이셨는데…. 못다한 효도를 어머니에게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경찰입문 34년차인 베테랑 경찰의 눈가가 조금씩 붉게 물들어갔다.
“퇴직 후에도 어르신들을 위한 색소폰 연주봉사는 계속할 겁니다. 봉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항상 마음속에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그의 개인 스케줄에는 공연일정이 빼곡하게 잡혀 있다. 삶의 활력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김 팀장이 전해주는 색소폰의 굵고 중후한 선율에 한동안 흠뻑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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