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아기자기한 묘미가 있는 경북 남단 청도의 자랑 옹강산 (해발832m)

  • 입력 2012-05-04   |  발행일 2012-05-04 제39면   |  수정 2012-05-04
白馬<옹강산 최고 조망처 ‘말등바위’>의 등 위에 서면
저 멀리 영남알프스와 운문댐이 일망무제로…
[최원식의 산] 아기자기한 묘미가 있는 경북 남단 청도의 자랑 옹강산 (해발832m)
옹강산 최고의 조망처인 말등바위. 기마곡예단처럼 말잔등에 올라타 걷게 된다. 작은 사진은 말등바위를 오르기 직전에 만나는 바윗길.

오진리 복지회관-(25분)-범숲상봉(운문댐16표지)-(15분)-436.7봉(삼각점)-(1시간20분)-말등바위-(20분)-옹강산 정상-(3분)-북릉갈림길-(55분)-4거리고개(돌무더기)-(30분)-옹강산휴양림-(15분)-오진리 복지회관


원래 학교나 직장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지각을 한다고 했던가? 그리 멀지 않은 청도의 산을 대상지로 정한 터라 출발을 조금 늦췄더니 복병을 만났다. 도로 곳곳에 통행제한을 알리는 깃발이 봄바람에 나부낀다. 마라톤 행사가 있었던 것. 통행이 제한된 도로를 피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들머리 앞에 섰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낙동정맥의 고헌산(1032.8m)에서 가지산(1240m)으로 내달리다 북쪽으로 한 줄기 지맥이 뻗어 문복산(1013.5m)을 지나 운문댐으로 향하다가 우뚝 솟아오른 산이 옹강산(翁江山 832m)이다. 남쪽으로 영남알프스의 변방에 위치해 있어 세인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해서인지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데다, 때 묻지 않은 산이라 호젓한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운문댐 끝자락에 ‘십리골산장가든’ 입간판이 세워진 곳 사이에 시멘트 포장도로가 있다. 운문댐 상류 마을인 오진리로 들어서는 유일한 통로다. 잠시 진행하면 오진1교를 지나고 삼거리 길에 상수원감시초소가 있다. 오른쪽은 소진리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오진리로 가는 길이다. 약 1㎞ 진행하면 오진2교를 지나 오진리 복지회관이 나온다. 주변에는 표고버섯 재배농가들이 빼곡하다.

오진리에서 말등바위를 지나 옹강산 정상으로 향하는 들머리는 두 곳이 있다. 오진1교와 2교 사이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르거나 복지회관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들머리는 복지회관을 왼쪽으로 돌아나가면 작은 하천(개울)을 가로질러 징검다리를 건너 밤나무숲 사이로 들어서면 된다. 숲길로 들어선지 25분 만에 ‘범숲상봉, 운문댐16’이라 적힌 팻말이 서있는 407m 봉우리에 올라선다. 오진리 입구에서 올라온 길과 복지회관에서 올라온 길이 합쳐져서 옹강산 정상까지는 갈림길 없이 외길이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완만하다. 15분가량 오르면 등산로 오른쪽으로 삼각점을 하나 지난다. 지형도에 436.7m로 표기된 봉우리다. 여기서부터는 답답하던 시야가 조금씩 트인다. 10분 정도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지룡산(658.8m), 운문산(1195m)과 가지산(1240m)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보이고, 왼쪽 뒤로는 운문댐이 내려다보인다. 이어지는 길은 고도를 조금씩 높이며 작은 바윗길을 드러낸 암릉지대를 만나지만 대체로 완만하다. 간혹 암릉 사이로 밑동은 굵고 키 낮은 기이한 모습의 소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잠시 오르막이다 싶으면 숨고르기 좋을 만한 위치에 전망바위가 있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삼각점을 지나 40여분 만에 덩치 큰 바위를 만난다. 갈라진 바위 틈 사이에 로프가 묶여 있다. 암릉을 올라서서 탄력을 붙여 계속 진행하려는데, 이번 산행에 동행한 일행은 암릉구간의 우회길을 택하지 않고 곧바로 바위구간을 타고 넘는다. 다름 아닌 대구등산학교를 막 수료한 동갑내기로 윤민희(45), 김임향씨(45)다. 이들은 곧 진행될 암벽반 과정에도 나란히 교육받기로 서로 입을 맞췄다고 한다.

다시 너덜길과 숲길을 반복해 20분 가면 두 번째 네발로 올라야하는 바위 앞에 선다. 이 구간은 한두 동작만 오르면 되는 쉬운 구간이다. 한명씩 차례차례 올라 비스듬한 바위를 걸어서 오르면 다시 너덜길로 이어진다. 울퉁불퉁 등날이 짧게 이어지며 곳곳에 전망바위를 만나는 아기자기한 구간이다. 이제는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어깨 높이로 보인다. 이 암봉을 지나 30여분 더 오르면 옹강산에서 최고의 볼거리인 말등바위에 닿는다. 말등바위는 말의 잔등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말등의 길이는 20여m로 정상을 향해 뻗어 있으며 이번 산행에서 최고의 조망처이기도 하다.

하얗게 드러난 바위는 백마의 잔등을 닮았다. 잠시 아슬아슬하게 잔등에 올라탄 기마곡예단이 되어본다. 말등바위를 지나 15분가량 올라서면 왼쪽으로 비스듬히 길이 나있다.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하산길이 되는 곳이다. 이곳 갈림길에서 3분간 완만한 길을 오르면 옹강산 정상이다. 사방이 숲으로 가려 조망은 어렵다. 화강암에 ‘옹강산 831.8m’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고 오진리, 소진리, 문복산 방향으로는 삼계리재라고 적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다시 오르던 길을 3분가량 되돌아 나와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한 길을 따라 북쪽능선으로 향한다. 초입에 들어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10분정도 가파르게 내려서서야 다시 완만한 오르내림의 부드러운 능선길을 만난다. 북쪽 능선으로는 굴참나무가 많이 자라고, 소나무·생강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가끔 한국 특산종인 노각나무도 보인다. 진달래와 철쭉은 이미 꽃잎을 떨어뜨렸고 연둣빛 잎이 제법 넓어졌다. 간혹 매화말발도리꽃이 낭창한 가지를 흔들며 산객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사과꽃 입김보다도 짧다는 봄. 물까치 요란하게 깍깍거리고, 철새인 투구 머리를 한 후투티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바로 오월이 왔다는 신호다. 바람결에 그 오월의 신호가 들려온다. 구성진, 후투티 한 마리가 짝을 찾는 소리다.

40분쯤 오르내림의 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전망바위까지는 특별한 이정표는 없다. 지나온 말등바위 능선과 옹강산 정상이 돌아다 보이고, 오른쪽으로 경주시 산내면의 올망졸망한 산들이 도열해 있다. 마치 승천의 꿈을 꾸는 용의 비늘처럼 켜켜이 포개진 능선은 연둣빛 초목이 더해져 꿈틀거리는 청룡을 연상케 한다.

전망바위에서 10분가량 내려서면 등산로 오른쪽으로 돌무덤이 하나 있다. 작은 네거리 갈림길인데 오른쪽은 산내면 일부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 길은 매곡을 거쳐 오진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왼쪽은 금곡지 아래 옹강산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일행은 왼쪽 금곡지 방향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하산 길로 잡는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5분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에 무덤 1기를 지나며 굵직한 굴참나무 숲길을 걷게 된다. 가을산행처럼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길이다. 25분을 더 내려서면 옹강산 휴양림 건물 앞으로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이런 아기자기한 코스가 있으면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동행할게요.”

윤씨와 김씨는 하루 산행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이들과 봄 산행을 마무리하며 도로를 따라 걷는데 어디서 달콤한 향기가 풍겨온다. 얼핏 밤꽃 향기 같은, 알고 보니 으름덩굴에 꽃이 내뿜는 향기였다. 발맞춰 가며 타박타박 15분이면 버섯재배농가가 늘어선 오진리 복지회관에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학교 강사 apeloil@hanmail.net


■ 옹강산은…

◇…옹강산은 경북 남쪽 끝자락의 산으로 청도군에서 손꼽을 만큼 아름답다.

부드러운 육산과 곳곳에 바윗길을 드러낸 골산이 합쳐져 있다. 들머리에 된비알을 20~30분 올라서면 곳곳에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 전망바위를 만나고 정상까지는 작은 오르내림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므로 그렇게 힘들지 않고 아기자기한 묘미를 느낄 수 있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정상 직전에 말등바위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 산군과 운문댐의 조망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정상에서부터 하산길은 나지막한 오르내림의 연속이라 힘들지 않은 코스다.

산행 중에는 식수가 없으므로 들머리에서 충분히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오진리 복지회관 앞에 10여대 정도 승용차가 주차 가능한 너른 마당이 있으며 이곳에 주차하면 원점회귀 시 편리하다.

산행 거리는 9.7㎞, 시간은 5~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교통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 나들목에서 내려 20번 국도를 따라 운문면에 이르면, 운문댐 방향의 69번 지방도를 따라 운문사, 언양 방향으로 향한다. 운문호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십리골 산장가든’이 보인다. 좌회전하면 오진리 복지회관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오진리 439-2(오진리 복지회관)


[최원식의 산] 아기자기한 묘미가 있는 경북 남단 청도의 자랑 옹강산 (해발832m)
영남일보DB

■ 볼거리

△운문사<사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에 위치한 운문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9교구 본산인 팔공산 동화사의 말사다. 560년(신라 진흥왕 21년)에 창건하였고, 608년(진평왕 30년)에 원장법사가 크게 중창하였다.

운문사는 주변의 높은 산에 둘러싸인 평지에 자리한 거찰이다.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비로전 앞 3층 석탑(보물 제678호)이 쌍탑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금당 앞 석등(보물 제193호),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 등이 있고,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처진 소나무가 만세루 앞에 자리하고 있다.

1958년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되었고, 1987년에는 승가대학으로 명칭이 바뀌어 승려들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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