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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정미영씨(48)는 손저림이 심해 잠자리에 들때 항상 손바닥을 주무른다. 15년전 출산 후 부쩍 심해진 손 저림이 혈액순환장애라는 생각에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먹어봤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조금 괜찮은 것도 같지만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참다 못한 정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손목골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씨처럼 손저림과 발저림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저리다는 느낌과 더불어 시리다, 차갑다, 화끈거린다, 무지근하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 뭐라고 표현은 못 하지만 매우 불편하다 등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감각증상을 호소한다.
손이나 발에 저림이나 불편한 감각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순환장애가 있거나 뇌졸중(중풍)의 전조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불안해 한다. 그러나 저린 증상이 혈액순환장애 또는 뇌졸중에 의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므로 며칠씩 또는 몇 달씩 손이나 발이 저리다가 발병하지는 않는다. 손과 발에 나타나는 저림이나 불편한 감각증상의 원인은 대부분 말초신경질환이다.
# 손발 저림의 원인
손목굴 증후군
손목굴 좁아지면서 신경 압박
잔일 많은 주부에 흔히 발생
목 디스크와 동반 가능성 커
다발신경병
다리·팔 대칭적으로 저려
당뇨·만성 신부전 등 원인
간질환·중금속중독 확인을
혈액순환장애
손발이 푸르스름하게 변해
걸으면 종아리 부위에 통증
동맥경화증·척추 이상 의심
◇손목굴 증후군
손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손목굴은 손목의 앞부분에 있으며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다. 이 통로를 통해 힘줄과 신경이 손바닥으로 내려간다. 어떤 원인으로 이 통로가 좁아지면 손으로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돼 손바닥과 손가락이 저리다.
손으로 잔일을 많이 하는 중년의 주부에게 흔히 발생한다. 임신 중 몸에 부종이 심하면 발생하기도 하고, 손목 관절 질환이 있으면 발생할 수 있다. 손목굴 증후군이 있으면 손가락에 먼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밤이나 아침에 주로 저리고, 낮에는 사라진다. 심해지면 낮에도 나타난다.
더욱 심해지면 엄지손가락 아래 있는 손바닥 근육이 마르고 엄지손가락의 힘이 약해진다. 손목굴 증후군은 저린 증상, 진찰 소견, 신경전도검사로 쉽게 진단된다. 손저림이 있으면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목뼈 6번 또는 7번 주위에 병을 일으키는 목 디스크 질환은 손목굴 증후군과 동반될 수 있다. 목과 어깨부위에 통증이 있고 어깨에서 팔을 따라 아래쪽으로 전파되는 통증이 있으면 목뼈 질환을 의심한다.
손목굴 증후군은 심한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임신 중에 발생했다면 손목보조대 착용과 약물 치료를 한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으면 손목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한다. 주사 효과는 2~3개월 동안 지속된다.
이러한 치료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지 못하면 손목의 인대를 절제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치료를 시행한다. 엄지손가락 아랫부분의 근육이 마르고 손가락 힘이 약화된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수술 치료를 한다. 대부분의 손목굴 증후군은 치료될 수 있다.
◇다발신경병
다발신경병에 의한 저린 증상은 다리와 팔의 양쪽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발에서 시작돼 차츰 위로 올라간다. 저림 외에 바늘로 찌르는 느낌, 화끈거림, 시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 만성 신부전, 알코올 중독이다. 진찰과 신경전도검사로 진단한다.
당뇨가 있으면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만성신부전에서는 복막투석이 혈액투석보다 다발신경병에 더 효과적이다. 신장이식을 하면 증상은 현저히 개선된다. 만성신부전에서 이상감각, 특히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지속돼 다리를 자주 움직여야 하고, 이로 인해 수면장애가 있는 하지불안증후군에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 경우 금주가 치료의 시작이며, 비타민을 복용해야 한다.
다발신경병이 있으면 간질환, 갑상선기능저하증, 약물복용(항암제), 중금속 중독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혈액순환장애
혈액순환장애가 있으면 손이나 발의 색이 푸르스름하거나 창백하게 되며, 시리고 차가운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쉬고 있을 때는 증상이 없으나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 다리, 특히 종아리 부위에 통증이 나타났다가 잠시 쉬고 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땐 다리 동맥이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져 있지는 않은지, 허리 척추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다리로 내려가는 혈류가 약해지거나 허리 척추 부위에서 신경이 눌리면 다리가 저리고 아플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뇌졸중은 아니므로 지레짐작으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진찰을 받고 진단에 따라서 치료방침을 정해야 한다.
손이나 발 저림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말초신경에 있다. 일반적으로 염려하는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손발이 저리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으며,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임정근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과 교수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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