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동산의료원 의사인 김동은씨가 지난 9일 발개돌이 공부방에서 NIE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계명대동산의료원 김동은씨(39·이비인후과)는 의사이자 선생님이다. 그것도 그냥 선생님이 아니라 북한이주어린이를 가르치는 아주 특별한 선생님이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사>공감 북한이주민센터가 운영하는 ‘발개돌이(북한말·개구쟁이 또는 장난꾸러기) 공부방’에서 북한이주어린이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영어와 NIE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대부분의 남한 어린이가 학원과외를 받고 선행학습을 하는 데 반해, 북한이주어린이들이 학교 밖에서 학습소외를 겪고 있는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겼다.
김씨는 “아이를 억지로 가르친다는 생각보다 이야기하고 놀아주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도방침 덕인지 아이들도 잘 따른다. 김정훈군(12)의 장래 희망은 ‘김동은 선생님처럼 의사가 되는’ 것이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김군은 김씨가 가르쳐준 ‘빨간 영어’덕분에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고 고마워했다. 다들 김군처럼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이곳의 아이들 상당수는 엄마는 북한, 아빠는 중국 출신이다. 때문에 아빠는 중국에 남아 있고, 엄마와 함께 사는 신(新)이산가족이 많다. 엄마는 밤 9시가 돼서야 일을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오는 경우가 많다. 형과 함께 공부방에 다니는 이준평군(7)은 “중국에 있는 아빠가 보고 싶은데 왜 안 오는지 모르겠다”며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김씨는 “북한이주민은 사회·경제적으로 소수자이고, 약자이기 때문에 국가가 돌봐야 할 책임이 있다”며 “지자체나 교육청이 북한이주청소년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시절부터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현재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이기도 한 김씨는 2008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단과 함께 남한이 지원해 짓고있는 평양만경대어린이병원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는 가끔 아내가 “자기 자식보다 북한어린이를 더 사랑하는 게 아니냐며 투정부릴 때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발개돌이 공부방은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 있는 한 연립주택 3층을 개조해 만들었다. 2010년 처음 문을 열어 지난해 공부방을 확장·개소하면서부터 주5일 방과후학습(오후 4~9시)을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초등학교 1~6학년 어린이들이며, 15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여건이 되면 중·고등학생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학습프로그램은 국·영·수 과목을 비롯해 미술·생명과학·독서지도 등이다.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오카리나·요리 등의 수업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놀이공원을 가거나 영화를 관람하는 등 문화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북한이주어린이 11명이 학습지도를 받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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