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없다는 어르신, 그저 나이탓만 하다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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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3-13  |  수정 2012-03-13 07:31  |  발행일 2012-03-13 제20면
■ 노년기 우울증
두통·복통·기억 장애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
자각 못해 방치하기 쉬워…가족 세심한 관심 필요
기운 없다는 어르신, 그저 나이탓만 하다간…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 마련이다. 특히 신체 기능의 저하, 직장에서의 은퇴,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경험하는 노년기에는 우울 증상을 더욱 쉽게 경험한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노인 우울증 질환자가 2004년 8만9천명에서 2009년 14만8천명으로 5년사이 1.7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날 정도로 노년기 우울증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노년기의 우울증을 그냥 스쳐가는 것으로 쉽게 생각한다. 이로 인해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는 만큼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노년기 우울증의 첫 증상은 우울한 기분으로 표현되기보다는 두통·복통이나 위장장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신체 증상, 기억 장애 같은 인지기능 장애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년기 우울증은 제대로 진단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우며 이 때문에 임상에서 발견되는 빈도가 낮다.

노년기 우울증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해 환자 스스로 ‘우울하다’ ‘기분이 가라 앉는다’는 식의 자기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일이 적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 같은 주위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나이 탓이다’ ‘노화가 진행된 것이다’ ‘최근 많이 늙었다’며 방치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것이 노년기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치료를 받게 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년기 우울증에 대해 언급할 때 ‘혈관성 우울증’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관상동맥 질환이나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노인의 경우 뇌경색(중풍의 일종)이 올 가능성이 있다. 뇌경색 발병이 나중에 우울증을 초래하는 주요인이 되고, 이렇게 발생된 우울증을 ‘혈관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알츠하이머병, 전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중풍의 후유증으로 인해서도 우울증과 비슷한 임상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노년기 우울증도 발생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 있다. △가족 중에 우울증을 앓은 병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이나 중풍을 앓은 병력이 있는 사람 △관상동맥 질환을 앓은 사람 △폐경 후 갱년기 증상이 심했던 여성 △노년기에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서 그 발병의 위험성이 높다.

노년기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를 감정적·재정적으로 지지해 줘야 하는 책임은 대개 가족에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의사는 노인 환자의 가족을 격려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그들의 좌절·분노·후회 감정을 환기시켜 주고, 이들이 우울증 노인에게 감정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특징적으로 자기 자신, 자신의 현재 및 미래에 대해 뚜렷한 근거도 없이 비관을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다시말해 ‘자신은 아무 능력이 없다’ ‘미래에 희망이 없다’ ‘신체 기능도 회복되지 않는다’ ‘자신은 살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 단정해 버린다. 우울증으로 인해 이런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생겨났고 이것이 우울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 김희철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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