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대구지역 의료를 복원하기 위해선 정부와 대구시가 긴밀하게 협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병원들은 열악한 경영환경 탓에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의료의 공공성을 감안한다면 지방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구시의 지원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례로 지난해 ‘메디시티 대구’ 사업의 1년 예산은 1억5천만원에 불과했다. 전담직원은 1명뿐이었다. 5년후 전국 최고 의료도시를 꿈꾸고 있지만 정부와의 연계성이 떨어지다 보니 재원 마련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대학병원 한 홍보담당자는 “대구권 의과대학은 지역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이들이 수련의 과정을 지역에서 밟을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정책을 만들고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수도권에 의료진을 집중시키는 펠로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5년차 레지던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진료의 숙련도 향상’이라는 명목아래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을 받고 근무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병원의 인력 부족을 가속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고가 장비 공동 운영해야
병원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시설 부분은 대구지역이 서울보다 뒤처지는 만큼 당장 개선할 필요가 있다. 동산의료원은 2015년 성서에 건립되는 (가칭)새동산병원을 쇼핑과 식당·휴양 등을 접목한 원스톱서비스 형태의 의료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박문희 동산의료원 홍보담당자는 “수도권 병원을 이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역병원의 의료수준엔 상대적으로 만족하지만 서비스 부분에 불만이 높아 이를 반영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특히 병원의 모든 건축물에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친환경 요양병실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친환경 병원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의료관광 등 외국인 환자 급증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게 동산의료원 측의 귀띔이다.
의료장비는 대구지역에서도 재원 대비 과잉투자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장비 가격도 대당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만큼 구입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새로운 장비가 계속 개발되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들이다간 환자 진료비가 수익의 대부분인 지역 병원들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2007년 수도권 병원들을 중심으로 ‘레피드아크’라는 고가의 의료장비 도입 붐이 일었다. 이 기기는 방사선 암치료 장비로 비싼 것은 100억원이 넘는다. 서울 빅4 병원에서 이 기기를 앞다퉈 사들이자, 대구지역에선 경북대병원이 가장 먼저 구입했다. 그 다음엔 동산의료원이 샀고, 이어 대구가톨릭병원도 이 장비를 울며겨자 먹기로 사들였다.
대구지역 대학병원에 따르면 이런 의료장비 도입경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며 고가의 장비를 사들이고도 금방 활용도가 떨어지는 일도 적잖다. 실제로 의료진 사이에서도 가격 대비 장비의 성능과 이용도를 두고 논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가의 의료장비는 공동 운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민병우 대구 메디시티 서비스추진위원장은 “100억원짜리 장비는 대형 병원 5곳에서 각각 20억원씩 출자해 구입하면 된다”면서 “대구시에서 이를 중재해 공동출자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막연한 수도권 선호 문제
수도권 원정 진료는 자칫 진료의 연속성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다. 즉 대부분의 질병은 한번 수술이나 치료로 완치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위암의 경우, 처음 진찰 후 수술 전 검사 2번, 지병 검사에 따른 정밀검사 등을 위해 여러 번 서울을 가야 한다. 또한 수술 후에도 3~6개월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 원정 수술을 받은 환자도 이후 치료는 다시 지역의 병원에서 받는 경향이 있다. 수술 후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지역 병원에 들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안동에서 근무하는 배정민 전문의(외과)는 “KTX가 운행된다 해도 수술 후 계속 서울을 찾는 것이 어려운 환자도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원정진료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서 대구시의사회장은 “거대 자본이 의료계에도 유입되는 것은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환자가 있는 한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원정 의료를 맹신하고 지역 의사를 불신하는 풍조는 대구의료가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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