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향 시조시인 입학 59년 만에 학사모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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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2-21  |  수정 2012-02-21 07:12  |  발행일 2012-02-21 제28면
남편과 사별 후 30년간 문학 몰두
“詩는 삶의 구원이자 생명의 연장”
대가대 문학사 명예학사학위 받아
이일향 시조시인 입학 59년 만에 학사모
대학 입학 59년 만에 20일 학사모를 쓴 이일향 시조시인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잃어버린 날을 찾아준 졸업장이라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한국 시문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이일향 시조시인(82·사조산업 명예회장)이 대학 입학 59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이 시인은 20일 열린 대구가톨릭대 ‘201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사(한국어문학부) 명예학사학위를 받았다.

이 시인은 남편인 주인용 사조산업 창업주(작고)와의 슬하에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62)과 주영주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여·60) 등 1남1녀를 둔 상태에서 1953년 대구가톨릭대의 전신인 효성여자대학 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이듬해 셋째인 딸(수필가 주연아씨)을 출산하면서 육아를 위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자녀 둘을 더 낳아 5남매를 보살펴야 했던 이 시인은 더이상 공부를 할 엄두를 못내고 문학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이 늘 후회로 남았다. 훗날 시집을 발간할 때 저자 소개란에 ‘효성여대 졸업’이 아닌 ‘효성여대 수학’이라고 쓸 수밖에 없어서 참 아쉬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더구나 49세 때 남편과 사별하면서 상실감은 더욱 커졌다. 그 때 민족시인인 부친 이설주 시인의 권유로 문학에 몰두하게 됐다. 이어 1979년 백수 정완영 선생으로부터 시조를 배우기 시작해 1983년 ‘시조문학’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이 시인은 첫 시조집 ‘아가(雅歌)’를 출간하면서 한국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 시인은 “인생 전반을 여자·아내·엄마로서만 살았다면, 인생 후반은 시인으로서 살고 있다. 뒤늦은 나이에 문학을 시작했지만, 지난 30여년 정말 열심히 시조와 시를 썼다. 나에게 시란 나에 대한 구원이고 생명의 연장이다. 하느님에 기댄 묵상이고, 나의 삶에 대한 명상”이라며 “명예학위를 준 모교에 감사한다. 모교의 명예와 발전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좋은 글을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윤동주문학상·노산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2년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주관하는 신사임당상(像)으로 선정됐다.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여성시조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작품집으로 ‘세월의 숲 속에 서서’ ‘밀물과 썰물 사이’ ‘석일당 시초’ ‘구름 해법’ ‘시간 속에서’ ‘목숨의 무늬’ ‘그 곳에서도’ ‘기도의 섬’ 등이 있다.

허석윤기자 hsy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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