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최근 겨울철 스포츠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스키나 스노보드의 장비, 기술 및 안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초보자가 슬로프에 서게 되면서 부상자 수 역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조철현 교수(정형외과)는 “장비, 기술 및 안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초보자가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층이 스키보다 스노보드(보드)를 선호하는 바람에 보드 부상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관절 큰 부하
충분한 스트레칭 필수
3∼4시간 탄 후엔 휴식
1년미만 초급자 부상
중·상급자의 2~3배
인대 파열·뇌진탕 등 많아
◆부상을 최소화하려면
스키나 스노보드는 추운 환경에서 격렬한 동작을 요하며, 평상시보다 관절에 큰 부하를 주는 것은 물론 근육의 무산소 대사를 유발하는 운동이다. 즉, 시즌 전 충분한 근력 강화와 당일 충분한 워밍업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대퇴사두근, 엉덩이관절 굴곡근 및 복근의 강화가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다. 손상 환자의 대부분이 사전 준비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보고가 이를 증명한다.
스키, 스노보드 강습 때 기술뿐만 아니라 넘어질 때 부상을 방지하는 요령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추위에서 엉덩이 관절과 무릎 관절의 지속적인 수축과 심폐에 대한 부하로 많은 운동량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피로에 의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선 3∼4시간 스키나 스노보드를 탄 후 1∼2시간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준비운동 땐 미리 제자리 뛰기 등을 실시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몸이 이완되면서 신축성이 좋아지고, 심장과 혈관 모두 강한 충격에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추운 날씨 땐 관절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스트레칭으로 관절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데, 신체의 각 부위에 혈액량을 늘려줌으로써 관절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단, 스트레칭에는 요령이 있다. 특히 겨울철 스트레칭은 평소보다 천천히, 반동을 주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또 동작을 하면서 호흡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숨을 멈추면 긴장하게 되고,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정지 동작에서 10∼20초, 숙달되면 30∼60초 정도 잠시 멈춘다. 이때 이완된 부위는 힘을 완전히 빼야 한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 전에 적어도 20분 이상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은 목, 팔, 다리, 허리, 팔목, 발목, 온몸풀기 순으로 실시하면 된다.
◆어떤 부위가 잘 다치나
스키 부상이 주로 염전력에 의한 염좌나 인대 손상인 것에 비해, 스노보드 부상은 주로 충격에 의한 타박상이 많다. 또 보드와 부츠가 고정돼 있어, 팔을 뻗은 채로 뒤로 넘어질 때 후방으로 추락하면서 팔 부상이 빈번히 발생한다. 골절은 손목과 쇄골에 흔히 발생하고, 넘어지면서 전완부로부터 장축의 방향으로 외력을 받으면 어깨 관절이나 팔꿈치 관절의 골절 및 탈구, 어깨힘줄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스키에 비해 척추나 두부의 손상 및 골절의 빈도가 높다. 비교적 소프트한 바인더를 이용함으로써 다리에서 무릎 관절의 손상은 적으나, 발목 관절의 부상이 자주 발생한다.
숙련도에 따른 부상 부위도 차이가 있다. 대한견주관절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에서 스키 부상은 1천명당 6.4명, 스노보드는 1천명당 8∼1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중 1년 미만의 초급자의 부상 빈도가 중급자 및 상급자보다 2∼3배 많다. 또 초급자 부상의 절반은 강습을 받지 않았고, 30%는 처음 타는 경우로, 강습을 받지 않은 초심자에서 부상위험이 높다고 한다. 초급자의 경우 대인 부상보다는 추락 및 혼자 넘어져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팔 부상이 많다. 경험자에 비해 인대 파열(스키)이나 뇌진탕, 탈구(스노보드)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숙련도에 따라 이용 방법이 달라지는데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스키의 경우 스피드를 즐기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스노보드는 스피드 이외에도 하프파이프, 점프대 등을 이용한 트릭을 즐기므로 숙련도 및 어떤 종목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부상 부위가 차이를 보인다. 숙련자나 경사도가 급한 중상급자 코스의 이용객에서 특히 어깨 부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어깨힘줄 손상, 탈구, 견봉-쇄골 관절분리 및 쇄골 골절 등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글= 조철현 계명대 동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 응급조치는 이렇게
안정 취하기→얼음찜질→ 국소압박→다리 올려놓기
RICE 기억하세요
스키장에서 자신 또는 동료나 가족이 부상을 입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게 된다. 그렇다면 부상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부상후의 응급조치는 대부분 의무실에서 이뤄지는데 그 원칙은 ‘RICE’이다.
△Rest(안정) : 부상을 당한 후 충분한 안정을 취하고 다시 슬로프로 복귀하는 것은 의사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
△Ice(얼음찜질) : 급성기 부상은 대부분 관절에 피가 차고 붓게 되므로 얼음찜질을 하면 통증을 줄이고 국소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다.
△Compression(국소압박) : 다친 부위 위, 아래를 압박 붕대로 압박해 부기를 가라앉힌다.
△Elevation(다리 올려놓기) :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놓아 조기에 부기를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대부분 넘어지고 난 후 약간의 통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단 심하게 부었거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해도 사람마다 통증을 느끼는 정도에는 차이가 날 수가 있는데 방치했다가 병원을 찾으면 치료가 어렵고 만성적인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관절 손부상을 근육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절 부위에 2~3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료 후 통증이 호전돼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인대나 연골 손상이 없는지 진단 및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후유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스키장 이용시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많은 사람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게 되면서 부상 사고의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대한견주관절학회에서는 관절 보호대 및 헬멧 등의 보호장구를 착용하면 손상의 위험을 60~8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초심자를 위한 안전 교육과 안전한 슬로프 확보 및 강습 프로그램 확충 등의 방안이나 규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파가 몰려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주말이나 오후 시간대에는 더 조심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해 피로를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과유불급, 즉 개인 수준에 맞는 슬로프 선택도 사고 예방에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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