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동주택관리 지원사업이 희망의 불씨로

  • 입력 2012-01-12   |  발행일 2012-01-12 제25면   |  수정 2012-01-12
노후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 경기침체로 성과없어 안타까워
10년 이상된 공동주택 개·보수…신구 조화 이뤄 주변환경 정비, 쾌적하고 활기찬 남구 만들기
[특별기고] 공동주택관리 지원사업이 희망의 불씨로

한해가 지나고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되면 우리 모두 설렘으로 가득하고 새로운 각오로 새해 설계를 한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로, 신령스러운 용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비상하기를 희망하며 동시에 올 한해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하는 기대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소망으로 가득 찬 새해 벽두, 안전하고 쾌적한 우리 삶의 보금자리에 희망 한 아름을 더하는 소식이 있다. 예전에 보릿고개를 겪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우리에겐 ‘의식주(衣食住)’ 해결이 최우선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의(衣)’와 ‘식(食)’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소망 중 하나는 ‘주(住)’, 즉 안전하고 쾌적한 보금자리에 관한 것이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간직한 바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여성 건축가 사라 수산카는 집을 가리켜 ‘단순히 문과 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아니라 마음이 사는 곳’이라고 표현했으며, 국내 건축가 이일훈씨 또한 ‘좋은 집은 삶의 방식까지도 바꾸어 낸다’고 했다. 이렇듯이 집, 즉 주거를 둘러싼 여러 환경은 우리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집주인의 개성과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단독주택과 달리, 여러 가구가 모여 있는 공동주택은 제한된 여건에서 가장 효과적인 주거환경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처음으로 주택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8.48년이며, 이 기간은 2006년 이후 계속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노후주택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또한 경제가 활발하던 때와는 달리,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후주택 소유자나 무주택 서민들은 새로운 보금자리의 꿈을 실현할 날이 멀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새해에도 주택분양가와 전세금은 더욱 높아진다고 하니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쾌적한 주거환경의 꿈은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

우리 남구 또한 전체 공동주택 1만3천452 가구 가운데 89%인 1만1천973가구가 1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며, 전체 인구 16만9천여명 중 14.1%인 2만3천861명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다. 노후주택과 노인인구의 증가는 쾌적한 정주지역이라는 남구의 명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청에서는 오래된 노후주택에 대한 재개발·재건축 및 정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남구에서 추진 중인 ‘공동주택에 대한 환경개선 지원사업’(이하 ‘공동주택 지원사업’)이 주민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공동주택 지원사업의 시작은 새로운 것만 추구하기 보다는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뤄 노후주택에 스며있는 정취와 더불어 주변 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정비함으로써 새 건물 못지않은 주거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에서 시작됐다.

이 사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이며 동시에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남구에서는 2008년 ‘공동주택관리 지원조례’를 제정했으며, 이에 따라 10년 이상 된 공동주택에 대한 환경정비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29개 단지에 3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어린이 놀이시설과 담장, 도로, 조경, 경로당 시설 등을 말끔하게 정비했다.

올해도 1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1년 12월31일 이전에 준공된 20가구 이상의 노후 공동주택 공용부분을 개·보수할 계획이다. 오는 2월10일까지 접수를 하고 있다. 비록 그리 큰 비용은 아니지만 열악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환경개선은 단순히 주거환경 정비를 뛰어넘어 주민들의 삶의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한 남구청에서는 앞산 일대에 맛과 멋이 넘치고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앞산맛둘레길’사업을 진행 중이며, 대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중앙대로에는 젊음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문화예술 생각대로’사업을 펼치는 등 도심 곳곳에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활력화 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활력이 넘치는 남구’로 만들고 있다.

‘미래’는 절망하여 안주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희망을 안고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그 희망의 시작이 비록 작고 초라할지라도 그 불씨를 키워간다면 용의 기운이 함께 하는 임진년을 원년으로 삼아 ‘남구, 더 나아가 대구 전체가 더욱 행복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임병헌<대구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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