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 강력·조직화…수사 전문화 시급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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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04  |  수정 2012-01-04 08:29  |  발행일 2012-01-04 제7면
내외국인 막론 강도·성폭행·집단 폭력 등 흉폭화·지능화
꾸준한 증가세에 국제범죄수사대 큰 사건 위주 수사 ‘구멍’
20120104

대구 달성경찰서는 3일 국내에 거주하는 동포를 상대로 강도짓을 한 혐의로 중국인 불법체류자 류모씨(40)와 오모씨(40)를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30일 밤 10시15분쯤 달성군 현풍면에 거주하는 직장 동료 풍모씨(35) 집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입해, 풍씨의 손발을 묶고 둔기로 마구 폭행한 뒤 현금카드를 빼앗아 현금 600만원을 인출한 혐의다. 이들은 이달 중으로 아내가 중국에서 입국할 때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료의 월급날에 맞춰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밀집돼 있는 산업단지 부근에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기존 자국출신 외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패턴에서 벗어나 내국인을 상대로 성폭행, 집단폭행까지 하고 있다. 이때문에 외국인범죄 수사의 전문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도를 넘은 외국인 범죄

지난해 11월 성서산업단지 인근에서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베트남 출신 근로자 2명이 택시기사를 집단폭행했다. 일행 중 한명이 택시에서 구토를 해 택시기사가 세차비를 요구하자 무리한 요구라며 마구 폭행한 것이다. 같은 해 우즈베키스탄 출신 20대 헬스클럽 트레이너는 회원인 여대생 김모씨(19)에게 영어를 가르쳐준다고 접근한 뒤 성폭행하기도 했다. 산업단지 외국인 범죄는 3공단 등 대구지역 산업단지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범죄에 연루된 외국인은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수사 자체가 쉽지 않다. 이들은 국내 근로자가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어, 범죄행각이 드러나도 사업주가 쉬쉬하는 상황이다. 또 불법체류자 신분이 드러날까봐 피해자와 합의조차 꺼린다.

외국인범죄가 조직화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성서산업단지에는 불법체류 근로자가 계모임형식을 빙자해, 자국 출신의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성서산업단지 인근에는 60여개국 6천3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이 중 불법체류자는 700명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3천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달성산업단지에도 상당수의 불법체류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효율성 기대할 수 없는 삼원화 수사시스템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지역 외국인 범죄수사의 전문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는 2010년 국제범죄수사대가 발족돼 외국인 범죄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통계상으로는 최근 5년간 대구지역 외국인범죄는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2007년 498건, 2008년 611건으로 증가하다가 이후에는 계속 줄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143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같은 통계치가 외국인범죄 현황 전체를 포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일선 경찰은 “워낙 외국인과 관련된 크고작은 사건이 많다보니 큰 사건을 위주로 수사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범죄수사대가 발족된 후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는 것 같다”며 “하지만 외국인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고, 갈수록 흉폭화·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범죄수사대가 발족됐지만 주로 강력사건보다는 여유를 갖고 장기간 수사하는 기획수사에 치중돼 있다. 여기에 9개 경찰서의 외사계는 첩보활동이 주 임무다. 실제 범인 검거는 강력계 형사가 하고 있다. 사실상 외국인 수사시스템이 삼원화돼 있어 효율적인 수사가 힘든 상황이다. 경일대 경찰학과 박동수 교수는 “지방청에만 전문 수사시스템을 둘 것이 아니라 실제 강력사건이 일어나는 일선 경찰서에도 전문 수사가 함께 이뤄져야 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첩보수집, 사건발생, 검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합하는 수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범죄예방이다. 관할구역내에 외국인 밀집지역이 있는 경찰은 거주 및 동향을 수시로 파악하고, 외국인 집단의 의견주도층들과의 잦은 교류를 통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사건이 발생해도 조기검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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