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지역 대학의 활로, 한방화장품 산업

  • 입력 2011-12-21   |  발행일 2011-12-21 제30면   |  수정 2011-12-21
한방화장품 산업과 관련 무한한 인프라 구축된 지역의 특성을 되살려
메이크업 한류 확산에 지자체와 대학 앞장서야
[논단] 지역 대학의 활로, 한방화장품 산업

지난 8월 미국의 유명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맥(MAC)의 회장 카렌 버글리시는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한 BB 크림과 립스틱 ‘코리안 캔디(Korean Candy)’를 출시한 바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코리언 뷰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메이크업 한류’가 소개되면서, 한국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코리안 뷰티’로 상징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코리안 캔디’로 대표되는 화장품의 출시는 ‘한류’가 이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무수한 증거 가운데 하나다. 한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13조5천억원 정도로 세계 12위권이다. 세계 전체 시장에서 2.1%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 화장품의 생산 실적은 2008년 이래 3년 동안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보여 왔다. 2010년 현재 한국 화장품의 수출 총액은 6억달러 가량으로 전년보다 43.5%나 증가했다.

앞으로 한류 대열에 화장품이라는 아이템이 합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150억달러 정도로 세계 3위 수준이지만, 최근 성장 속도가 87%나 될 정도로 급상승 중이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중국인이 한국의 메이크업을 따라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對)중국 화장품 수출 전망이 낙관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망한 분야가 한방 화장품이다.

현재 우리나라 한방 화장품 생산 규모는 2조원대로, 전체 화장품 생산 시장의 30%에 육박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웅진코웨이의 올빚, 그리고 KT&G(한국담배인삼공사)의 동인비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KT&G는 6년근 홍삼의 기름 추출물을 이용한 동인비를 출시, 홍삼의 효과를 피부로 확산시키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한약 재료의 추출물을 이용한 화장품 사업은 한국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기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대구와 경북은 한방 화장품 산업과 관련한 무한한 인프라가 구비된 지역이다. 300년 전통의 전국적 한약재 유통시장인 대구의 약령시, 전국 최대 한약재 생산 기지인 영천, 그리고 30년 전통의 한방 의료 인력의 요람인 대구한의대가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방 화장품 산업과 관련하여 대구한의대 화장품약리학과의 그 동안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이 학과는 천연 약재의 개발과 상품화, 인력 양성을 위해 매진해 왔고, 학교기업인 화장품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자안’을 생산하여 지역민으로부터 호평도 받고 있다.

경북도는 이와 같은 인프라에 주목하여 일찍부터 한방 화장품의 세계화 전략에 눈을 돌렸다. 2010년부터 480억원을 투자하여 16만5천㎡(5만평) 규모의 ‘글로벌 코스메틱 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그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미국의 다국적 화장품 원료 회사인 MMP를 비롯한 50여 개의 연구소 및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버글리시는 “한국은 이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나라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국은 ‘어제’가 아닌 ‘오늘’을 의미한다”고 평한 바 있다. 코리안 뷰티, 메이크업 한류에 대한 감동이 이러한 극찬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한방 화장품 시장 또한 이러한 극찬을 이끌어낼 분야 가운데 하나다. 결국 지역의 발전이 특성화 산업의 육성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대학도 지역의 특성화 사업과 연계하여 제품을 연구·개발함으로써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한류의 거센 바람을 타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메이크업 한류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대구한의대 화장품약리학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준구 대구한의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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