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MB, ‘경제 대통령’의 참모습 보일 때

  • 입력 2011-10-19   |  발행일 2011-10-19 제30면   |  수정 2011-10-19
여의도정치 멀리하고 경제 살리기 올인한 전반기
국정운영 안팎 어려움 직면해 초심으로 돌아갈 때
[논단] MB, ‘경제 대통령’의 참모습 보일 때

그제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신축계획을 백지화했다. 김인종 경호처장도 사실상 전격 경질했다. 사저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진지 열흘 만이다. 전광석화같은 일 처리다. 그러나 야당은 사저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기세다. 국정조사를 하고 검찰에 수사도 의뢰할 계획이다.

야당의 계산은 뻔하다. 지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검증의 문턱에 턱턱 걸리면서 안철수 바람에 편승해 잔뜩 부풀었던 거품이 급속히 꺼지고 있다. 이런 때에 이명박 대통령 사저 문제는 3년 가뭄에 단비 격이다. 잘만 하면 10월 보선은 물론이고, 한·미 FTA 비준문제와 잘 버무려서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여의도정치와 거리를 뒀다. 소모적인 정치를 멀리하고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집권 초반 처리해야 할 개혁과제가 산적한 때 정치를 멀리 한 것은 패착이었다.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결과 소통부재 속에 3년8개월이 지났고 급기야는 이른바 ‘MB노믹스’를 스스로 폐기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초까지만 해도 자신의 임기 중에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은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듯 말하곤 했다. 또 친인척비리나 측근비리도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최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비리혐의로 구속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감옥에 가면서, 레임덕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이제는 퇴임 후 여생을 보낼 사저 문제가 쟁점이 됐고, 여당인 한나라당마저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레임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레임덕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안정되고 경제가 좋을 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는 곧바로 국가나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바로 지금 우리나라가 그 형국이다.

1988년 대통령직선제로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이래 네번의 정권이양이 있었다. 그 중 1992년 노태우 정부와 2002년 김대중 정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제를 관리한 덕분에 정권재창출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1997년과 2007년 대선 때는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가 경제위기를 초래했고 결국 집권당은 정권을 잃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계속 덩치를 키워가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선진국들도 줄줄이 신용등급하락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되거나 중국의 부동산버블이 꺼지면 우리 경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앞으로 한·미 FTA 문제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비준된다 하더라도, 그 후폭풍은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Occupy(점령하라)’의 열기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정말 불행해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한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할 때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초당적·거국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 박수를 받으며 자기 발로 당을 떠난 대통령은 정권재창출에 성공했고, 떠밀리듯 나간 대통령이 결국 실패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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