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김정은의 2년차 권력승계를 지켜보며

  • 입력 2011-10-12   |  발행일 2011-10-12 제30면   |  수정 2011-10-12
북한 과도체제를 보는 국민 다수와 국제사회
눈길 곱지 않음에도 불구 개혁 개방의 대로로 이끄는 따뜻한 손길 필요
[논단] 김정은의 2년차 권력승계를 지켜보며

북한 김정은이 공식적인 북한의 후계자로 지명된 지 1년여 지났다. 우리는 한때 직책상 북한체제의 최원로에 해당하는 김기남 비서가 남측 인간관계 문화에서 보면 비위가 상할 정도로 정중하게 김정은의 현장지도를 받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지난 1년간 세습을 위한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크게 강화된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 북한체제가 3대승계라는 권력교체양식을 선택한 순간 이미 북한은 스스로 헌법상의 사회주의체제가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일가의 세습왕조체제임을 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만난 미국의 북한전문가들은 노골적으로 김 다이내스티라고 한다.

미국과 서구의 북한전문가가 독특한 권력현상으로 북한체제를 관조하고 규정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과 다른 안목으로 북한승계구도가 안정적으로 갈 것인지, 새로운 장애에 직면할 것인지를 숨죽이며 지켜본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기를 기도하면서 지켜보고 해석해 본다. 김정은이 승계자로 등장한 이후 2011년 현재까지 노정된 북한체제의 승계체제를 점검하면 몇 가지 불확실성이 있다. 김정일의 장손 김한솔이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을 비판한 것도 눈여겨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체제의 승계프로그램은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과시되고 있으며, 잠재적 승계경쟁자였던 맏형, 김정남의 도전도 잠재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북한체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다룰 것인가. 우리정부는 북한체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정부는 현실적으로 북한체제의 승계문제에 직접 관여하는 데는 매우 제한적인 자원을 갖고 있다. 국민 다수가 북한의 세습과정이 못마땅하지만, 못마땅한 감정을 토대로 북한을 다룰 수 없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유엔에 동시 가입한 현실을 토대로 북한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고 다루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정부는 인류역사의 보편적 관점에서 한반도에 등장한 세습체제에 대한 비판정신을 헌법정신 속에서 보호해야 한다.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거대한 국민적 요구도 이해하면서 정치실체로서 내정에 간섭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정부의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승계준비 2년차를 맞는 김정일-김정은 과도체제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할 일은 군사적 도발의지를 소멸시키고,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일이다. 두 가지 정책중점은 모순된다고 생각하고, 주장할지 모른다. 개혁·개방을 유도하자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들의 군사적 도발을 눈감아 주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군사적 응징 성공과, 개혁·개방유도가 모순되는 것이 정책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서 중국은 실질적으로 패배했다. 그래서 중국 군부는 1980년대 덩샤오핑이 이끄는 개혁개방정책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는 안보태세 강화와 남북협력을 병행해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과도체제를 보는 국민 대다수와 국제사회의 눈길은 곱지 않다. 곱지 않은 눈길을 알면서도 손을 내밀어 그들을 개혁개방의 대로로 나오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조치는 그러한 고민에서 묻어나온 고육지책이다. 대북정책을 국민들 눈높이에 맞추기보다 역사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고민을 다른 국가들, 그들 국민은 모른다. 그 고민 속에 우리의 분단시대의 정체성, 남북이 운명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비원이 녹아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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