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지고 싶은 여성은 피부 밑 지방과 악전고투를 벌이다가 비만클리닉을 찾는 일이 적잖다. 이들 상당수는 엉덩이와 허벅지, 배 부분의 지방에만 관심이 있다. 뱃속지방, 즉 성인병과 관련이 있는 주요한 지방에 대해선 걱정을 덜 한다.
젊은 여성은 살이 쪘더라도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식사요법을 곁들이면 보기 좋은 체형을 만들 수 있다. 반면 30대 이상 남성, 40대 이후 여성은 살을 빼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노화 20대 중반 시작
노화는 2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주로 뱃속지방이 늘어나면서 체중이 늘고 배가 나온다. 젊은이와 노인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신체구조상 특징은 바로 얼마나 배가 나왔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었더라도 배가 덜 나왔다면 자신의 나이보다 젊다는 것이다. 비만의 유무는 체중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다.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비만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관의 기능이 예전같지 않다. 이물질을 제거하는 조직 면역체계와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이 녹슬기 때문이다. 우리 몸엔 암세포처럼 기능이 저하된 소위 ‘나쁜세포’가 생긴다. 이런 병든 세포를 몸에서 즉각적으로 제거하지 못하게 되면 이때부터 병이 난다. 특히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은 성인병에 쉽게 노출된다.
◆복부비만=성인병
심장은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 혈액 공급량은 체중에 비례한다. 즉 비만한 사람의 심장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항상 과로하게 된다. 또 심장의 혈액공급 능력도 여유가 없다. 조금만 무리해서 운동을 해도 숨이 차고 피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비만인 사람이 조심해야 할 심혈관계 질환으로는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이 있다. 이런 질환들은 보통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과 동반돼 나타난다.
고지혈증은 피 속에 기름기가 많은 경우다. 기름기는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을 말한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인보다 혈액 속 총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많다. 반면 몸에 유익한 콜레스테롤은 적다. 비만한 사람은 고지혈증이 생길 위험이 정상인보다 2∼3배 높은 것은 이때문이다. 동맥경화 위험도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고지혈증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적절하게 실천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동맥경화는 동맥의 내벽이 좁아지고 혈관이 탄력을 잃는 것이다. 이 질환이 진행되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혈관에 핏덩이(혈전)가 잘 생긴다. 일단 혈전이 생기면 기존에 좁아진 혈관이 더욱 좁아지면서 심한 경우 혈관이 막힌다. 이때 뇌와 심장은 타격을 받는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이 그 예다. 동맥경화는 복부비만과 밀접하므로 허리둘레가 특히 굵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도 뚱뚱한 사람이 잘 생긴다. 살이 많이 찌면 간에서 당을 많이 생산한다. 그러면 말초기관에서 인슐린 효과가 떨어진다. 결국 식사량이 많아져 혈당이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뚱뚱하다고 해서 모두 당뇨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이 있을 때 잘 생긴다. 하지만 당뇨병이 있는 비만환자라도 비만을 치료하면 당뇨는 크게 호전된다. 단, 성인이 되고나서 당뇨가 생긴 경우에 한해서다.
◆뚱뚱하면 생기는 암
비만한 여성을 위협하는 암도 있다.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이다. 이 질환은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끼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만 탓에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암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뚱뚱한 여성은 지방질의 섭취를 줄여서 체중증가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
노화를 막는다고 약제와 건강음식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진정한 웰빙은 한 알의 약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 전에 우리 신체가 정상적으로 자정작용을 하고 면역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다.
서영성 동산의료원 교수(비만클리닉)는 “살이 찌면 그만큼 빨리 늙는다는 점은 각종 질환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하루 한 시간씩 운동을 하고, 지방질이 적은 식사를 자주 하며 나아가 전체적으로 식사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 비만으로 인한 질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특효약”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서영성 동산의료원 비만클리닉 교수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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