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내가 만난 박태준

  • 입력 2011-09-14  |  수정 2011-09-14 08:44  |  발행일 2011-09-14 제22면
[문화산책] 내가 만난 박태준


1년 전쯤 나는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선구자인 박태준 선생을 새로이 만났다. 음악을 전공한 내가 박태준 선생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책 속의 인물, 역사 속의 인물로만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의 음악사적 업적을 자세히 알아가면서 새로운 박태준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이 가진 소중한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분의 업적을 기리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즐거움이자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혹시 박태준을 아세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습관처럼 물어보는 말이다.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스코 회장이었던 박태준씨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면 나는 다시 ‘뜸북 뜸북 뜸북새’로 시작하는 ‘오빠생각’이라는 동요를, 다음으로는 ‘봄에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로 시작하는 ‘동무생각’이라는 가곡을 들려준다. 그러고 나서 이 곡을 작곡한 박태준을 다시 물으면 그때서야 모두들 교과서에서 본 적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지역의 문화적 자산이 잊히고 있는 것 같다. 박태준 선생이 작곡한 ‘기러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이며, ‘동무생각’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이다. 이런 박태준 선생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일이다.

특히 지금도 널리 불리는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은 대구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은 계산오거리 근처 동산병원과 제일교회 사이에 있다.

이치우 <대구음협 부회장 ·한빛기획 대표>

박태준 선생은 이 청라언덕을 거닐면서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회상했다고 한다. 그 마음을 담은 곡이 ‘동무생각’이다. 대구 한가운데에 역사적 문화인물의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더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배경으로 박태준 선생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박태준 기념사업회’를 준비 중이다. 기념음악회를 열고, 박태준 거리, 생가와 기념관을 조성해 박태준 선생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 살아숨쉬게 하려 한다. 그의 업적과 작품, 인생은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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