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없는 ‘K2 전투기 훈련'…선수촌 고막이 울린다

  • 이효설 ,노진실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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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8-26  |  수정 2011-08-26 11:24  |  발행일 2011-08-26 제1면
자칫 ‘대구 소음도시’ 낙인 찍힐라
20110826
25일 오후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위로 전투기가 날아가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인근에 위치한 K2 공군부대에서 며칠째 하루 종일 전투기 비행 훈련을 해 자칫 대구가 ‘전투기소음 도시’로 인식될 우려를 낳고 있다.

2011년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2시. 대구시 동구 율하동 선수촌의 국내외 선수·임원과 외신기자, 자원봉사자 등은 전투기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들려오는 80웨클 이상의 전투기 굉음 때문에 해외 선수들은 훈련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에콰도르 팀 코치인 루이스 곤잘레스씨(51)는 “비행기가 한 번 뜨면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수촌 등록센터 앞에 있던 20대 젊은 외국 선수들은 전투기가 뜨고 굉음이 들리자, 음악을 듣기 위해 귀에 꼽고 있던 이어폰을 떼어내며 전투기가 이동하는 하늘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기도 했다.

버마 선수인 도널드 토머스씨(20)는 “약간의 소음은 괜찮다”고 했지만, 곧 전투기가 뜨자 “일반 비행기가 아니다. 소리가 너무 크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도 매일 전투기 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선수단의 통역을 맡은 봉사자들은 활동에 제약까지 받고 있다. 영어통역을 맡고 있는 안미영씨(42)는 “바로 옆에 있는 외국인 선수에게 통역을 하다가도 전투기가 뜨면 수십초간 통역이 중단된다”고 말했다.

전투기 비행훈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하루 평균 40~60회 정도 진행된다.

지난 4월 공군과 대회조직위는 대회기간 전투기 소음 대책방안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대구스타디움과 4마일 거리 안에서는 전투기 훈련을 금지하고, 중요 경기시간에는 전투기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구시와 공군이 마련한 대책은 육상대회기간에만 집중돼 있을 뿐, 외국 선수들이 숙식과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K2 공군부대 관계자는 “선수촌을 배려해 비행 항로를 동편에서 서편으로 바꾸는 등 공군측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육상대회도 중요하지만, 국가안보 차원에서 전투기 훈련을 중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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