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92] 夕(저녁 석) : 달이 반쯤 떠오른 모양

  • 입력 2011-06-27   |  발행일 2011-06-27 제30면   |  수정 2011-07-3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92] 夕(저녁 석) : 달이 반쯤 떠오른 모양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92] 夕(저녁 석) : 달이 반쯤 떠오른 모양

해가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 들면 풀밭 속으로 해가 들어 어둡다는 뜻에서 위 아래 ‘艸’(풀 초) 속에 ‘日’을 넣어 ‘莫’(저물 모의 본디 글자)라 했는데,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에서 ‘말다’는 뜻으로 쓰게 됐다.

그러자 막상 저물다는 뜻은 ‘莫’에 ‘日’을 덧붙여 ‘暮’(저물 모)라 했는데, 이때에 ‘日’은 해가 사라져버려 보이지 않는다는 시간의 흐름 자체를 극명하게 밝힌 것이다. 따라서 같은 어둠을 뜻하는 ‘冥’(어두울 명)과는 약간 다르다.

즉 ‘暮’는 해가 기울어 날이 어둡다는 뜻인데 반해 ‘冥’은 보름이 지난 열엿새 밤부터 달빛이 줄어들기 시작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열흘을 뜻하는 ‘旬’(열흘 순)에 ‘六’(여섯 육)을 붙여 만들어진 글자다.

그런데 해가 저물면 달이 보이지 않는 그믐에서 초사흘 사이를 제외한 날에는 달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처럼 달이 반쯤 떠오른 때를 일러 ‘夕’(저녁 석)이라 하고, 점점 어둠이 짙어져 양 옆구리를 가득 채운 상태를 ‘夜’(밤 야)라 했다. 이는 저녁과 밤은 그 어둠에 있어서도 다르고 일컫는 때도 서로 다르다고 봐야 한다.

아주 먼 옛날 활쏘기의 명수 후예(后)가 곤륜산까지 가서 가까스로 간청한 끝에 겨우 얻어낸 불사약을 먹지 않고 잘 간수해 두었는데, 그의 아내인 항아(姮娥)가 남편의 뜻을 어기고 혼자 이를 먹고 버려 달나라까지 올라가 그 속에 숨어 버렸다. 그런데 항아가 달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월신(月神)의 노여움을 받아 두꺼비로 변해 종신토록 노역에 종사하는 형벌을 받았다. 그 내용은 절구통에 든 불사약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찧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일로 지금까지도 저 달 속에는 두 마리의 두꺼비(혹은 토끼)가 불사약을 찧고 있는 모양이 역연하다 하는데 해가 저물고 달이 반쯤 뜬 때는 그 두 마리 중 한 마리만 보이는 저녁이고, 중천에 올라 두 마리가 완연히 보이는 때를 밤이라 했다.

원래 열 개의 해가 있었는데 그 때에는 너무 뜨거워 만물이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다. 이에 활로 쏘아 아홉 개를 떨어트려 오늘날과 같이 한 개의 해가 뜨고 지도록 한 공을 세운 후예는 태양과 불가분의 관계가 깊은 남성이다. 그러나 달 속에서 저녁마다 불사약을 찧는 두 두꺼비는 항아의 화신으로 분명 여성이다.

한편 해 속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금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해를 ‘金烏’(금까마귀), 달 속에는 두 마리 토끼(두꺼비)가 끊임없이 불사약을 찧고 있기 때문에 ‘玉兎’(옥토끼)라는 별명을 각각 붙여 밤과 낮을 가늠하고 있다.

옛 어른께서 읊으시기를 “옥토끼 오르고 내려 늙는 꼴을 재촉하고, 금까마귀 나오고 들어 한 해 두 해를 몰아가네”(玉兎昇沈催老像, 金烏出沒促年光)라고 했다. 즉 까마귀 한 마리와 토끼 두 마리가 낮과 밤을 지켜 나가니 낮의 하나는 곧 밝음을 뜻하는 양이요, 밤의 둘은 정녕 어둠을 말하는 음일 것이라, 음양의 변화 속에 만물은 그 수명을 다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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