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8] 晶(빛날 정) : 하늘로 오른 정기가 뭉쳐 빛나는 별들

  • 입력 2011-05-30   |  발행일 2011-05-30 제30면   |  수정 2011-07-3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8] 晶(빛날 정) : 하늘로 오른 정기가 뭉쳐 빛나는 별들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8] 晶(빛날 정) : 하늘로 오른 정기가 뭉쳐 빛나는 별들

흔히 봄을 일러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약동하는 계절이라고 하는데, 이때 ‘삼라’는 하늘 위에 빽빽이 나열되어 빛나는 천체를 말하며, ‘만상’은 땅 위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통틀어 뜻하는 말이다. 하늘에 있는 해·달·별을 포함한 모든 천체와 하늘까지를 ‘삼라’, 땅에 자리 잡고 있는 동·식물과 광물 등을 포함한 땅 자체까지를 ‘만상’이라 여겼다. 이렇게 보면 땅의 ‘만상’이 곧 하늘의 ‘삼라’요, 하늘의 ‘삼라’가 곧 땅의 ‘만상’이니 삼라만상이 약동하는 계절이라는 봄은 하늘과 땅 전체가 새롭게 뛰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하늘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양기, 그 자체를 본뜬 글자가 곧 ‘晶’(빛날 정)이다. ‘晶’을 온전히 다 합치면 ‘日’이요, ‘日’에서 나눠진 것이 ‘晶’이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도 ‘晶’에 ‘生’(날 생)을 붙여 별 중에서도 가장 큰 별인 해가 사방으로 흩어진 ‘해의 조각들’이라 여겼다.

양기 덩어리인 해·달·별을 면밀히 관찰해 인간의 길흉을 살폈다. 때문에 ‘별’이라는 말도 ‘길흉’을 구별해 주는 주체라는 ‘別’(나눌 별)이라 해 별다른 일이 없으면 ‘별 볼 일이 없다’고 하고, 별 다른 일이 있으면 반드시 ‘별’을 봐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별 중에서도 가장 큰 별인 해와 시간의 변화와 인간의 삶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첫째, 밤과 낮의 변화가 곧 하루의 변화요, 달과 해를 직접적으로 동원해 일월로 하여금 몇 월 며칠을 나타내고 있다. 또 겨우내 짧았던 해가 봄이 되면 길어지기 시작해 양기가 결국 만물을 약동시키니, 봄의 하늘은 한 해 중에서 가장 하늘의 본바탕 색깔이 잘 드러내 이를 ‘푸른 하늘’(蒼天)이라 하고, 이 푸른 하늘 밑의 만물은 길어진 해(日)와 새싹(卉)과 머묾(屯)을 붙여 ‘春’이라 했다.

여름의 해는 양기가 하늘의 맨 위 높은 곳에서 쨍쨍 비치기 때문에 ‘天’(하늘) 위에 ‘日’을 붙여 ‘昊’(여름하늘 호)라 해 만물을 부쩍 자라도록 해 봄 꽃이 떨어진 그 자리에 열매를 맺어 성장시키는 ‘여름’이란 열매가 ‘열음’이라는 말이다.

가을이 되면 하늘의 해는 오곡백과를 더욱 여물게 해 모양과 색깔을 확실하게 만들어 주니 하늘 밑에 ‘文’을 붙여 ‘旻’(가을하늘 민)이라 했고, 땅에 자리 잡고 사는 모든 것들은 하나라도 부지런히 날라다가 잘 갊아 두어야 하므로 ‘갊음’이 곧 ‘가을’이다.

겨울은 해가 짧은 음의 계절이라 춥고도 어설퍼 활동의 제약이 있어 집안에 들어 칩거해 살기에 ‘겨를이 있음’이 곧 ‘겨울’이다. 하늘도 자연히 나직하게 가라앉은 듯 대부분 음기로 덮어져 머리 위가 바로 하늘인 듯해 ‘上天’이라 일렀다. 그런데 저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다름 아니라 지상에 나열된 모든 것의 정령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뭉쳐 빛나는 것이 곧 반짝이는 별이라 했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은 내 가슴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꿈틀대는 고운 마음으로서의 양심과 같고, 또 땅의 좋은 기운만을 뽑아들인 아름다운 꽃과도 같다고 여겨 별과 꽃과 양심을 거의 같은 선상에 기렸으니, 반짝이며 빛나는 저 별과 꽃과 양심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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