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5] 旦(아침 단) :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해가 오른 모양

  • 입력 2011-05-09   |  발행일 2011-05-09 제30면   |  수정 2011-07-3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5] 旦(아침 단) :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해가 오른 모양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5] 旦(아침 단) :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해가 오른 모양

동이 트면 해가 뜨는데 그처럼 해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에 뜬 모양을 그대로 본떠 ‘旦’(아침 단)이라 했다. 이때 위의 ‘日’은 해를 뜻하고, 밑의 ‘ㅡ’은 지평선이나 수평선을 의미한다. 이미 해가 떠올라 밝아진 때를 말한 것이다. 이에 비해 ‘朝’(아침 조)는 풀 속에 해가 잠긴 채 그대로 있고, 아직 달이 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상태가 아닌 때를 나타낸 글자다. 훤히 밝지 아니한 어둠의 상태, 즉 ‘꼭두새벽’을 뜻한다.

날이 밝아 오는 순서를 살펴보면 어둠과 밝음이 뒤엉켜 있는 ‘黎明’(검을 여와 밝을 명이 뒤섞인 때)이 되면 칠흑처럼 사방이 어두웠던 밤이 걷히고 동녘의 벽이 터져 마치 벽이 갈라지 듯 벽이 새어나면 둥근 해가 솟아 훤한 ‘아침’이 된다. 그래서 ‘동이 트는 새벽’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반드시 하루의 시작은 동녘의 벽이 벌어져 햇빛이 새어 나와야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이 튼다는 말은 동녘이 벌어진다는 말이요, 새벽이란 동쪽의 벽이 틈새가 난다는 뜻이다.

즉 해를 매어둔 ‘扶桑’(해를 뽕나무에 매어 둔 곳)에서 미처 해가 그 얼굴을 내밀지 못한 때를 ‘朝’라 했다면, 동녘의 벽을 뚫고서 얼굴을 내밀어 온 대지를 훤히 비추기 시작하는 때를 ‘旦’이라 했으니 꼭두새벽과 아침은 좀 다르다. 어둠을 물리치고 밝음을 내놓는 그 과정의 하나를 ‘黎明’이라 하는데 이는 어둠과 밝음이 뒤섞인 ‘朝’와 같은 때를 말하고, 풀 위에 해가 솟아 어둠이 가시고 밝음이 온 때를 나타낸 ‘早’(이를 조)는 ‘旦’과 통하는 글자다.

이 세상 많은 동물 중 바람을 미리 잘 아는 것은 ‘까마귀’나 ‘까치’, 하루의 변화를 귀신처럼 일러내는 것은 ‘닭’, 그 중에서는 수탉이다. 닭들이 잠을 자다가도 동틀 무렵이 되면 미리 수탉이 벌떡 일어나 날갯짓을 한바탕 흐드러지게 한 후에 “꼬끼오" 하고 운다. 그렇게 되면 영락없이 해가 밝아오니 이를 글자로 말하면 ‘立’(설 립)위에 ‘羽’(날개 우)를 붙인 ‘翌’(다음 날 익)이다. 즉 오그리고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날갯짓을 흐드러지게 한 뒤 “꼬끼오”를 여러 번 반복하면 다음 날이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라, 뜻을 아는 이는 새벽 닭 울음소리를 ‘다음 날’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까치가 이른 봄에 높은 가지 위에 집을 지으면 그 해에는 센 바람이 없음을 암시하고, 반대로 나지막한 가지를 택해 집을 지으면 그 한 해는 바람이 거세다는 것을 미리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수탉은 인시(寅時) 중 후반에 울어 새벽을 알리기 때문에 예로부터 닭을 일러 ‘때를 아는 지혜로운 동물’이라 하여 ‘知時’라는 별명을 붙여 줬고, 닭들이 잠을 자는 닭의 장대를 ‘土’(장소라는 뜻)에 ‘時’를 붙여 ‘치’라 읽었다.

한편 ‘旦’에 ‘人’을 붙이면 ‘但’(다만 단)이 되어 ‘최소한’이라는 뜻이 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잠자리에서 막 깨어난 아침 사람은 아직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 때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차림을 했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알고보면 ‘아침’이라는 말 또한 ‘亞’(버금 아)와 ‘寢’(잠잘 침)을 붙여 만든 말이다. 즉 침상에서의 복장 그대로인 상태에 놓여 있는 때라는 말이 ‘아침’(亞寢)이라는 말의 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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