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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쏙쏙 인성쑥쑥]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보다(白眼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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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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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여름방학이 끝나갑니다. 이때쯤이면 어느 가정이라고 말할 것 없이 아이들을 닦달합니다. “너 방학숙제 다했어?” 하고 말입니다.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야단칠 때마다 부모는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행동 또는 눈빛을 보입니다.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봅니다. ‘백안시(白眼視)’합니다.

‘방학계획을 촘촘히 짰어야지’라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행동예측을 해야 합니다. 어쨌든 아이가 방학숙제를 완수하지 못하면 그것은 계획오류입니다. 계획은 항상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행동예측에서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계획오류입니다.

북한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북쪽에서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라며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봅니다. 완전히 우리 대통령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행동입니다. 북한의 행동예측을 과소 추정했다면 이것은 남북대화의 계획오류입니다.

위(魏)왕 조조의 아들 조비는 한(漢)나라의 헌제에게서 수선대(受禪臺)에서 황제를 선양받습니다. 조비는 헌제에게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봅니다. 강제퇴위입니다. 그리고 헌제를 산양공에 봉한 후 먼 외곽지로 쫓아냅니다.

이 위나라가 45년 만에 진(晉)에 멸망됩니다. 사마염은 수선대위에서 황제 조환에게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봅니다. 조환은 벌벌 떨면서 선양하고 퇴위합니다. 조환은 진류왕으로 봉해져 먼 지역으로 쫓겨납니다. 삼국지연의에 ‘수선대 앞의 일, 두 번 거듭되니…’라는 시 내용입니다. 역사의 인과응보입니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위, 진 시대에 일곱 명의 현자가 대나무 숲에 모여 살았습니다. 이를 일컬어 죽림칠현이라 합니다. 세상일을 잊어버리고 초탈해 살았습니다. 완적, 혜강이 중심인물입니다. 그중에서 완적은 예절과 교양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사람에 따라 눈동자를 굴러 흰자위를 드러나게 하거나, 호의적인 푸른빛을 나타내었습니다. 즉 백안시(白眼視)하거나 청안시(靑眼視)하였습니다. 좋고 나쁘고의 구별이 확연하였습니다. 특히 세속의 예의범절에 얽매인 선비를 보거나 관리들을 보면 즉시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보았습니다.

혜강의 동생 혜희가 완적을 찾아갔습니다. 완적은 혜희에게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보았습니다. 혜희는 완적이 자기를 백안시함을 형에게 알렸습니다. 혜강은 이 말을 듣고 술과 거문고를 들고 완적을 찾아갔습니다. 완적은 청안시하며 반갑게 혜강을 맞아들였습니다. 죽림에 사는 혜강에겐 호의적이었고, 세속의 선비 혜희는 업신여기고 무시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선비들은 완적의 확연히 다른 태도에 그를 미워하였습니다.

관중(관자)은 ‘마음속에는 또 마음이 있다. 뜻이 언어보다 앞서고, 뜻이 있은 뒤에야 마음이 드러난다. 마음이 드러난 뒤에야 생각하고, 생각한 뒤에야 안다. 앎이 지나치면 본성은 상실한다’고 했습니다. 행동을 예측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경험을 알겠다고 점을 치러 가는 일은 필요치 않습니다. 직접 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보지 않아도, 행동에 그 눈빛이 보이게 마련이니까요.

박동규 <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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