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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생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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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영기자
  •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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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은 책임을 동반…상대방 입장 배려해서 말해야”

분노·충동 해결하는 건‘차분한 생각’

무지·편견 대신하는 건‘유연한 생각’

신중한 행동과 말로 선한영향 미쳐야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얼마 전 ‘관광객 돈 찾아 준 중학생들’이라는 흐뭇한 뉴스를 읽었습니다. 뉴스를 읽은 제가 그 과정을 간략하게 그려보겠습니다. 중학교 3학년 두 명이 놀이 공원에 왔습니다. 벤치 아래 떨어져 있던 황금색 용(龍)이 그려진 빨간 장지갑을 줍습니다. “일단 누구 건지 열어만 보자." 세상에! 현금이 230만원이나 들어있습니다. 충격으로 한참 멍하니 서 있습니다. 어느 틈에 놀이 기구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고작해야 5만원 남짓한 자신의 용돈을 생각합니다. 사고 싶었던 게임기며 운동화가 아른아른 합니다. 갈팡질팡합니다. 주변에 방범 카메라가 있는지도 살핍니다. 30분 이상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인에게 지갑을 돌려주기로 어렵게, 참말로 어렵게 뜻을 모읍니다. 하지만 분실물 보관소 바로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갔다가 오고, 또 갔다가 돌아 나옵니다. ‘5만원씩 빼서 갖고 나머지만 돌려줄까’도 고민합니다. 드디어 두 사람은 롯데월드에 분실물 신고를 했으며 주인을 찾아준 선행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되고야 말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기사에는 이들의 욕망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그러할 인간적인 모습이지요. 저는 이 학생들의 행동이 정말 귀엽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욕망을 이겨낸 그들의 당당함이, 그리고 당당함으로 갈 때까지의 치열했던 고민, 고민에 대한 그러한 고백이 눈물겹도록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들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지갑을 돌려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말을 할 때 그들의 얼굴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자랑스럽게 빛났을 것입니다. 이 뉴스가 저에게 와닿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욕망과 치열하게 갈등하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힘’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결론을 얻으려는 관념의 과정.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정신 활동. 지각이나 기억의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어떻게 이해하고 또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헤아리는 활동’이라고 친절히 알려 줍니다.

1960년 5월 아르헨티나의 작은 도시, 저녁 시간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50대 중반의 독일인 한 명이 체포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이스라엘로 잡혀 와 그다음 해에 예루살렘 법정에 섭니다. 이 재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사건이었지요. 수백만 명 학살 등 무려 15가지의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고 법정에는 이 사람의 죄를 증언할 증언자가 112명이나 와 있었습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십니까”라는 판사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습니다. 단 한 사람도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았으니까요. 죽이라고 명령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권한이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시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 하나의 인간이며 관리였을 뿐입니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은 ‘맡은 일에 충실하고 잘하는 것’일 뿐 ‘남을 해치는 것’이 아니며 나라의 봉급을 받는 관리로서 맡은 바 책임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일개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으니 ‘무죄’라고 강변합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의 이야기입니다.

아돌프 아이히만! 전 세계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전범으로 독일의 중령으로서 유대인 박해의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유대인을 수용소로 옮기는 일을 맡았으며 유대인 수용소로 가는 열차를 제작했습니다. 심지어 그 열차 안에 가스실 설치까지도 주도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600만명 유대인 대학살의 주범인데도 이렇게나 당당하게 자기에겐 ‘죄가 없음’을 항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나 아렌트라는 정치 철학자는 8개월에 걸친 길고 지루한 재판을 끝까지 지켜봅니다. 그리고선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했을 뿐, 그 일이 가져올 결과나 상대방의 입장, 상황 감정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전혀 없었고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자칫 악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도 깃들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합니다.

생각 없이 사는 것! 참 무서운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은 바로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분노와 충동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차분한 생각’이며 무지와 편견을 대신할 것도 ‘부드럽고 유연한 생각’일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의 다음 언행을 결정하는 것이고 생각을 갖춘 언행은 책임을 동반할 수 있겠지요.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하게 되면 나의 행동은 좀 더 떳떳하고 당당함을 지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변화시킬 힘! 그것이 바로 ‘생각의 힘’이지요.

마침 아름다운 이야기가 또 들려옵니다. ‘작은 파스타 집이 부른 나비 효과. 착한 동맹이 떴다….’ 뉴스에 나든 나지 않든 간에 생각을 통해 한 행동이 선한 영향력으로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신현숙 <대구 조암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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