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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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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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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가을, 가수 김건모씨는 남녀간의 이별을 레게풍 리듬에 담아 ‘핑계’란 노래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때는 가는 곳마다 이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공감되는 내용이라 더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것 같습니다. 그 노래가사 중에 향기박사가 가장 공감하는 구절은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입니다. 실제 뇌과학에서도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는데, 이는 공감(empathy)이란 분야입니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으로, 감정과 인지라는 두가지 관점으로 나눠 설명하기도 합니다.

먼저 감정적 공감(emotional empathy)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가져오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는 능력을 말합니다. 실생활에서 경험하는 감정적 공감은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의 상황을 공감하고 돕거나 마음으로라도 응원을 하는 것입니다. TV 드라마 속 주인공이 어려운 일에 힘들어하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역경을 딛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거나 들으면 함께 기뻐하는 것도 감정적 공감 덕분입니다. 인지적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의 상황을 적용해보고 일을 추진할 때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바둑을 두면 끊임없이 상대방의 수를 읽고 자신의 다음 수를 준비하게 되는데, 이럴 때 인지적 공감 능력은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감능력 조절은 뇌의 편도체(amygdala)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편도체는 작은 아몬드 모양의 뇌속 조직으로 측두엽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공포에 대한 학습 및 기억과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입니다. 따라서 사고나 치료 목적으로 편도체 전체 혹은 일부가 소실되면, 대부분 정서적인 문제를 겪게 되는데 흔히 우울증이나 불안 등 심리적 문제를 호소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편도체 손상은 공감능력도 저하시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 프랑스 생에티엔 대학병원의 오렐리 리차드 모나스 교수 연구진이 ‘Neurocase’에 한 환자의 흥미로운 임상경과를 보고합니다. 뇌전증을 앓던 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 편도체 일부를 제거하였는데, 13년이 지난 후 공감 능력을 검사한 결과 놀랍게도 이 환자의 공감능력이 떨어졌을 것이란 연구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도리어 공감능력이 평범한 사람에 비해 더 발달된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환자는 TV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슬프거나 분노하는 경우, 자신도 이러한 감정을 경험한다고 말했으며, 특이하게도 실제 이 일을 겪는 사람처럼 심장이 뒤틀리거나 무엇을 삼키기도 힘든 느낌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또한 평범한 사람에 비해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훨씬 더 잘 알아차렸다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공감능력이란 편도체 혼자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 편도체를 포함한 뇌의 여러 영역이 서로 배려하며 협력할 때 발휘되는 능력이란 것입니다.

최근 학생들에게 ‘라떼상사’란 말을 배웠는데 처음 이 말이 매번 라떼를 사오라 시키는 상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라떼상사’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여 직원의 마음은 배려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열심히 주장하는 상사랍니다. 아마도 자기밖에 모르고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면 영역마다 라떼로 가득차 서로 배려없이 자기 주장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운 여름 불쾌지수도 높아지면서 짜증나는 일도 많겠지만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하며 조금씩 배려하며 보내면 뇌도 레게 리듬을 타며 행복해 하겠죠?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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