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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이번 여름은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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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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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독서휴가’시행하기도…무더위마저 잊는다”

며칠 전 이른 퇴근길에 대구 수성구 범어도서관 앞을 지나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아기 엄마 서너 명을 보았습니다. 유아자료실이라고 쓰인 곳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 또래 자녀를 둔 엄마들이 어린 자녀들과 도서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 듯했습니다. 자녀를 태운 유모차의 포켓에는 그림책이 몇 권씩 들어 있었습니다. 언뜻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활용하는 ‘북스타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철학자 이반 일리치가 인류를 구원할 세 가지 중 하나로 도서관을 꼽았다는 말이 오버랩되어(나머지는 시와 자전거) 흐뭇한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종이책 읽는 아이들 점차 감소 추세
英, 책을 장난감처럼 접해 친숙함 형성
독서, 정보 홍수 속 신념 형성에 도움도

영국에서 시작된 ‘북스타트 운동’은 아기 때부터 책을 마치 장난감처럼 친숙하게 접하는 경험을 통해 독서습관을 함양하기 위한 의도로 시작되었다고 하지요. 이러한 영유아기의 경험이 독서습관으로 발전하여 성장하면서 지능개발과 정서적 안정감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이나 대인관계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운동의 근본적인 배경입니다. 나아가 영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의미 있는 생애주기별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독서의 생활화를 꾀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독서문화진흥법을 제정하여 국민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종이로 된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이 성인의 경우 겨우 절반을 약간 넘고, 학생들은 90% 이상이지만 점차 감소 추세라고 합니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것과 독서 장애요인으로 성인이나 학생 모두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설문결과를 보고 씁쓸했습니다. 저 역시 책을 좋아하지만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독서를 생활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세자 시절부터 독서광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이 우리들의 이러한 모습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의 독서일화는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세자 시절에 세종대왕은 같은 책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100번, 200번 반복해서 읽었으며 몸이 아파도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아버지 태종이 책을 다 치워버리도록 시켰는데 딱 한 권이 병풍 사이에 남아 있었고 이 책을 무려 1천100번이나 읽었다고 합니다. 물론 생활 방식이나 책의 종류 등 바쁜 현대사회와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렸지만 놀라웠습니다. ‘세종실록’에 세종대왕은 식사를 할 때도 반드시 책을 좌우에 펼쳐 놓았고 밤중에도 독서를 그치지 않은 걸로 기록되었다고 하네요. 책을 읽을 여유의 유무와 관계없이 틈 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이 뿐만 아니라 임금이 내리는 휴가, 즉 ‘사가(賜暇)’를 주어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학문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행한 제도인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보면 세종대왕이 얼마나 독서를 중요히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종은 나라의 인재를 크게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임을 알고 일종의 독서 안식년을 주었던 것이지요. 또한 독서안식년을 주어도 독서에 방해되는 요인들이 있음을 알고 독서에 전념할 수 있는 독서당까지 지어 책을 읽게 했다고 하니 또 한 번 놀랍습니다. 실제로 ‘사가독서제’를 경험한 학자들이 역사의 전면에서 활약하여 조선왕조의 학문과 문화 융성의 기틀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디태치먼트’에도 주인공인 헨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하루 24시간, 아니 평생에 걸쳐 ‘마케팅 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행복하기 위해 1등 해야 한다. 1등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와 같은 이치입니다. 이러한 마케팅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믿게 된다는 것이지요. 헨리 선생님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사고를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독서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헨리 선생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합니다. 정보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쏟아지는 불분명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신념체계를 가지고 유용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곧 신나는 여름방학과 바캉스 시즌입니다. 산과 바다가 우리를 부릅니다. 아마 즐거운 여행과 물놀이를 계획하고 있겠지요. 그러나 집 부근의 시원한 키즈카페, 대형서점에 마련된 북카페, 공공도서관 등 오로지 책과 마주할 수 있는 현대적 모습의 독서당 역시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미루어 두었던 인문고전, 명작문학, 역사서, 동화 등…. 책과 함께 잠들고 일어나 책 속 세계를 탐험하고 책 속에서 뒹굴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번 여름은 나를 위한 북캉스 계획 어떠세요? 임기숙<대구범어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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