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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제 눈에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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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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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만남을 통해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고 연인이 되고 또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그런데 만남이란 단어 옆에는 안타깝게도 이별이란 단어가 함께 하기도 합니다. 만나 설레고 사랑하던 사람도 이별의 앞에 서면 덤덤해지고 심지어 미워지기도 합니다. 사실 좋은 관계에서 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이별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연인이나 배우자의 탓을 하며 “다시는 저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이별의 상처가 아물고 난 후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을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소개합니다. 놀랍게도 친구나 주변 사람들은 내가 새로 소개하는 사람에게서 헤어진 나의 과거 연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과거 연인과 지금의 연인에 대해 100가지도 넘게 다른 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겐 닮은 점이라고는 단 한 가지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주변 사람들이 툭툭 닮은 점을 한두 가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나 역시 그 점에 조금은 공감하게 됩니다. 다신 그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건 무슨 조화일까요.

2019년 6월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의 박사과정 박유빈 학생과 지도교수인 게오프 맥도널드 교수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이 질문에 한 가지 답을 제시합니다. 이 두 사람은 332명의 실험참가자의 현재와 과거 연인은 물론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그간 심리학에서 경험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하여 정립한 성격 특성의 다섯 가지 주요한 요소인 신경성(분노, 우울함, 불안감과 같은 불쾌한 정서를 쉽게 느끼는 성향), 외향성(다른 사람과의 사교, 자극과 활력을 추구하는 성향), 친화성(타인에게 반항적이지 않은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성향), 성실성(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성향), 경험에 대한 개방성(상상력, 호기심, 모험심, 예술적 감각 등으로 보수주의에 반대하는 성향)을 평가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현재와 과거 연인 간에 굉장히 높은 일관성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결국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는 흔히 말하는 ‘제 눈에 안경’을 발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돌고 돌아도 계속 같은 유형의 사람을 만날 것이라면 우린 새로운 사람을 찾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을까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계속 같은 유형의 연인을 만날 확률이 높다면, 과거 연인과의 시간 속에서 경험한 일들이 새로운 연인과의 관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내가 일관된 유형의 사람에게 빠진다면 과연 내가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돌아보면서 자신에 대해서도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연구결과는 단순히 사람들과의 만남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더 넓은 분야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물건을 열심히 쇼핑해서 집에 돌아와 펼쳐놓고 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물건만 쇼핑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스스로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오래 경험한 어르신들이 결혼을 앞두고 이것저것 따지는 우리에게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결국 살아보면 다 똑같아!” 이 말씀은 어쩌면 어르신들이 인생의 수많은 만남 속에서 결국 자신만의 유형의 사람을 만나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지혜의 말씀은 아닐까요.

디지스트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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