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 회원가입

  • Home
  •    |    유아&초등
스위치

[행복한 교육] 민주시민교육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구글플러스
  • 기사내보내기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7-01
  •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교사인 나와 학생들은 1년에 190일 넘는 날을 학교에 가서 가르치고 배운다. 아침과 저녁은 거를 때가 있어도 이 기간은 꼬박꼬박 점심을 먹는다. 내가 먹는 밥의 5분의 1은 학교에서 먹는 셈이다. 그러니 매끼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과 나는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먹고 있다. 허남혁이 쓴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책에서 먹는 것이 나라는 존재와 정체성을 결정한다고까지 한다. 조금 거칠지만 학교 급식은 나와 학생들의 5분의 1만큼 만들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만큼 밥이 소중하다.

그런데 이 밥을 만드는 사람들의 94%가 근골격계 질환에 신음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밥을 하다가 죽기도 하고, 화상을 당하고 손가락이 잘리기도 하는 재해를 당하지만 대부분 참고 지나가거나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비용으로 치료를 한다고 한다. 산재처리는 8.7%에 그친다고 한다. 치료를 하려면 병가나 연차를 사용할 수 있지만 65%는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참는다고 한다. 이런 현실의 가장 큰 원인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지나친 노동 강도에 있다. 초·중·고등학교 급식실의 1인당 식수인원 평균은 145명으로 다른 공공기관의 1인당 식수인원에 비해 2~3배에 달한다고 한다. 실로 중노동이다. 이렇게 열악한 현실에서 위험을 견디고 고통스럽게 일하면서 밥을 만드는 분들의 현실을 밥을 먹는 교사와 학생들은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그런데, 급식실 노동자들은 일부 영양사와 조리사를 빼고 모두 학교 비정규직이다. 임금은 정부가 제시한 인상률을 적용해도 최저임금 수준이 되지 않는다. 방학이 되면 임금이 없다. 이런 학교 비정규직은 전체 교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40만명이나 된다. 정규직 교사인 나는 늘 미안하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3일 수요일부터 사흘 동안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 학교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총파업에 동참하라고 권했더니 아직도 결의를 못한 모양이다. 교사들에겐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아 파업을 할 수 없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을 해도 불이익이 없다. 나는 이 분들이 당당하게 파업에 참여하여 인력을 확충하고, 안전한 노동 조건을 확보하여 더 즐겁게 일하면서 나와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아이들도 세 끼 정도는 도시락을 싸 올 수 있고, 빵을 먹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또 파업을 해야 아이들도 내가 먹는 밥을 만드는 분들의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교사는 당연하게 파업의 당위를 교육해야 한다. 그게 ‘일할 권리’를 정확하게 아는 시민을 기르는 민주시민교육이다. 초·중·고 교육목표에는 민주시민을 기른다고 되어 있고, 중학교 교육목표를 보면 넷째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는 민주시민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교육과정에는 따로 수업 시수를 정하지 않고 있고, 교과서도 경기도교육청에서 제작한 인정교과서가 있는 정도이지만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과나 담당을 두고 민주시민교육을 연구하고 제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를 두고 말이 많다.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다양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가 의대에만 75%가 진학한다니 명문고인 것은 맞다. 대구의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이 인재들이 입시 능력 말고 민주시민으로서의 가치와 태도를 충분히 배웠을까. 혹시라도 사랑과 자유, 배려와 존중의 연대, 일할 권리와 인권, 평화, 생명, 정의의 가치보다 경쟁, 성공, 부와 명예, 차별과 혐오, 불안과 원망을 배우지는 않았을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단지 당사자들의 임금인상이나 노동 강도를 줄이는 투쟁만이 아니다. 건강한 인재를 기르는 건강한 교육공동체를 가꾸기 위한 의미 있는 일이다. 불편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학교는 인재도 길러야 하지만 민주시민을 길러야 한다. 그게 우리 교육의 목표다. 그래서 이번 총파업은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텍스트다.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