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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기억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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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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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과거 어떤 일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기억이 엇갈려 다투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당하는 분은 무척 황당하지만, 사실 사람이 어떤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기존 경험들과 그때의 감정들을 함께 연계하여 재구성하여 저장하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인출하는 것이라 매우 주관적입니다.

아마 이런 경우를 가장 잘 묘사한 영화는 1950년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라쇼몽’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어떤 사무라이의 죽음이란 한 사건을 4명의 목격자가 관청에 가서 모두 다르게 기억하는 내용을 보여줍니다. 이에 어떤 한 사건에 관련된 개인들이 각각 상반된 기억 혹은 해석을 내리는 현상을 ‘라쇼몽 효과’라 부르기도 합니다. 결국 이 효과는 한 가지 사실이라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동기나 주관적인 해석으로 인해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이 객관적이지 못한 것을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기억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생활합니다.

그래서 전에 비해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지면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집니다. 최근 많은 사람은 뇌과학자들에게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장비나 혹시라도 기억을 되돌려주는 장치를 개발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2019년 봄 미국 보스턴대 심리학 및 뇌과학과의 로버트 리인하트 교수 연구진은 ‘Nature Neurosciene’ 잡지에 이런 장비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이 연구진은 그간 노년층의 인지능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비침습적 전기자극기를 머리에 장치하여 뇌를 자극하면 노인 건망증 증상이 완화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뇌 속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되어 회로를 형성하는데, 기억 회로는 신경 활동 패턴에 의한 코드화를 통해 기억을 형성합니다. 노화는 기억에 필요한 코드화에 관여하는 전기신호의 위상차 왜곡을 유발하는데, 외부 전기자극을 이용해 이를 정상인의 전기신호 위상차로 맞춰주면 노인성 건망증 증세가 완화된다는 것을 보고한 것입니다. 이 연구결과 덕분에 향후 노화로 인해 진행될 수 있는 인지 장애를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는 단지 기억력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 패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없던 기억도 만들어 낼 수 있음도 의미합니다. 실제로 이런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2019년 캐나다 토론토대의 생리학과 폴 프랭크랜드 교수 연구진은 ‘Nature Neurosciene’지에 후각자극 신호를 받아들여 처음 정보화를 하는 후각망울에 광유전학적 기술로 인위적인 활동 패턴을 제공하면 없던 후각경험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뇌 속 기억회로의 활동 패턴을 복사할 수 있다면 실제 감각자극 없이도 우리는 그 감각경험을 실감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말 실감나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개발이 가능해졌음을 말해주며,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사람의 기억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뉴럴링크’사의 꿈이 현실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타인의 뇌 속 기억 회로의 활동 패턴을 해킹하여 타인의 기억을 임의로 넣고 빼는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향기박사는 그런 일보다는 타인의 기억을 똑같이 경험하여 다른 사람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밝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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