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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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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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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아마도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쓴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로 시작하는 이 시는 우리 인생 앞에 놓여 있는 수없이 많은 선택,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가 느끼는 갈등과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과 회한 등을 담담하게 묘사한 명작입니다.

이처럼 가끔 우리들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이런 상상을 하는 동안 우리 뇌는 만약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일어날 수도 있었을 일을 분석합니다. 이를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라 하는데, 지금은 가능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우리 뇌의 의사결정의 한 방식입니다.

반사실적 사고를 하게 되면 우리 뇌는 실패를 경험으로 축적하며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우리 사고방식에 따라 반사실적 사고는 ‘가산식’ 반사실적 사고와 ‘감산식’ 반사실적 사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대체로 두 가지로 반응합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시험을 망친 학생이 ‘아, 내가 어제 책을 좀 더 보고 잤더라면 시험을 망치지 않았을 텐데’라고 자책하는 경우입니다. 즉 자기가 하지 않았지만 할 수 있었던 것을 상상하며 자책하는 경우, 우리 뇌가 하는 것이 가산식 반사실적 사고입니다. 반대로 중요한 시험을 망친 학생이 ‘아, 내가 어제 밤새 게임만 하지 않았더라면 시험을 망치지 않았을 텐데’라고 자책하는 경우, 즉 일단 자신이 했지만 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을 상상할 때 우리 뇌는 감산식 반사실적 사고를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형태의 반사실적 사고 모두 우리 뇌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가산식 반사실적 사고를 하게 되면 자신의 실수를 곱씹어보며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게 되므로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개선된 방안을 제시하거나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감산식 반사실적 사고를 하면 자신의 실수를 곱씹어보며 그 실수의 원인을 분석하므로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처리하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반사실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 대한 연구는 오래 진행되었지만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았는데, 2019년 영국 프리머츠대학교의 엘사 포라그난 박사 연구진이 ‘Nature Neuroscience’에서 전측대상피질이 반사실적 사고를 관리하는 곳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전측대상피질은 집중력, 보상심리, 의사결정, 윤리 및 도덕성, 충동조절, 감정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뇌의 영역이 반사실적 사고를 조절한다는 사실은 이 영역이 우리가 무언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가지 않은 길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가지 않은 길이 더 나은 대안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프로스트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스트의 선택은 가지 ‘못한’ 길이 아니라 가지 ‘않은’ 길이란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운명이기에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을 뒤돌아보긴 하여도 현재 자신의 길 위에서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간다면 우리 운명 앞에 선택권이 없는 갈림길이 아니라 오월의 정원처럼 다양한 꽃이 핀 꽃길이 여러 갈래 나타날 것이란 믿음은 봄날 꽃향기에 취한 향기박사의 근거없는 낙관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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