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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아프냐…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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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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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활짝 핀 벚꽃의 꽃잎이 바람에 꽃비가 되어 아름답게 뿌리는 것을 보며 무척 행복했습니다. 달빛 아래 쏟아지는 꽃잎을 보니, 남매가 어릴 적 기구한 사연으로 헤어졌다 포도청 다모와 역적 수괴로 다시 만나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그린 ‘다모’란 2003년 드라마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벚꽃잎이 흩날리는 달빛 아래 좌포도청 종사관이 그를 짝사랑하는 포도청 다모의 상처를 치료하며 무심하게 “아프냐… 나도 아프다”란 대사를 던지는 장면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장면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이 대사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사용하곤 하였는데, 특히 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벌을 주며 이 대사를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장면에 대한 시청자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그 종사관이 정말 상처를 입은 다모만큼 아팠을지 뇌과학자로서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2019년 3월 ‘Nature’지에 남녀 간의 통증기전 차이에 대해 정리한 리뷰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여기 실린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그 남자 종사관은 여자 다모처럼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남성과 여성 간에는 통증을 처리하는 기전이 아주 다르기 때문입니다. 2011년 캐나다 맥길 대학교의 로버트 소지 교수 연구진이 ‘Journal of Neuroscience’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수컷쥐의 경우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척수신경에 존재하는 마이크로글리아 세포에 의존하는 한편 암컷쥐는 T세포가 이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마이크로글리아를 억제하면 수컷쥐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암컷쥐는 그렇지 못합니다. 실제 T세포가 부족한 암컷쥐의 경우 수컷쥐와 유사한 통증반응을 보였고, 이 쥐에 다시 T세포를 보충해주면 원래의 암컷쥐 특이적 통증반응을 보였습니다. 즉 똑같이 아파보이긴 해도 남녀는 그 아픔을 감수하는 기전이 달라 서로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니 좌포도청 종사관이 ‘나도 아프다’라고 한 말은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닌 것이죠.

아무튼 최근 많은 나라에서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할 때 이런 유전적, 해부학적 발달과정, 호르몬 수치 등을 포함한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남녀 간 차이를 고려하여 암컷쥐에 대한 실험도 반드시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암컷쥐를 사용할 경우 호르몬주기 등의 변수로 연구결과에 대한 해석이 복잡해지는 것을 우려하여 수컷쥐만을 사용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최근 연구현장에서 이런 관행을 수정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연구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신약개발의 경우만 봐도 그간 수컷쥐만을 사용한 약물실험이 주를 이뤄 실제 개발된 신약이 여성에 대한 효과가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고통을 줄여주는 대표적 진통제인 모르핀의 경우, 남성과 같은 정도의 진통효과를 얻으려면 여성은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수컷쥐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결과에 맞춰 복용량이 제시되어 남성의 경우는 제시된 용량의 모르핀으로 진통효과를 볼 수 있으나 여성의 경우는 완전한 진통효과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연구진은 남녀간의 차이를 반영한 연구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남녀 특성을 고려한 맞춤 의약품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때까지 우리 포도청 종사관 나으리는 다모가 입은 상처로 인한 육체의 고통도 짝사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적어도 뇌과학은 그렇게 말합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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