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 회원가입

  • Home
  •    |    인성교육
스위치

[밥상과 책상사이] 지금, 작은 일부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구글플러스
  • 기사내보내기
  • 이효설기자기자
  • 2019-03-18
  •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선생님, 저는 의지가 약하고 정말 정신력이 형편없는 것 같습니다. 매일 예복습하고, 특히 수학은 집중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잠은 5시간 정도만 자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지나고 나니 잠이 모자라 아침부터 졸리고 오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져 하루 종일을 비몽사몽 간에 보냅니다. 계획한 만큼 공부를 못하게 되니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요. 저를 좀 강하게 질책해 주십시오.”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당수 학생들이 자신을 꾸짖어 달라고 한다. 예전에는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매질을 해 달라는 학생도 있었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되니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고 싶다는 말이다. 학생이 가지고 온 학습계획표를 살펴보았다. 하루에 다 실천하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양이 너무 많았다. 일주일 내내 단 하루도 여유 있는 날이 없었다.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드는데 주말에도 빈 틈이 없었다. 토·일요일 학원 과외는 대폭 줄이고, 학교 수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이 학생은 잠시도 숨 돌릴 틈이 없으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만성피로 때문에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독창적인 문장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E. L. 닥터로는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춰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라고 했다. 목적지까지의 먼 길을 한꺼번에 밝혀주는 헤드라이트는 없다. 지금 전조등이 밝혀주는 거리만큼만 조심해서 운전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는 말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욕심을 내어 무리하게 뛰다보면 쉽게 지치고 결국은 포기하게 된다.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미세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으로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공부를 포함한 모든 인간사의 성패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너무 멀리, 큰 것만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큰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노자는 이 세상 어려운 일도 쉬운 일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은 대부분 사소하고 소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매일 해야 하는 크고 작은 일을 미루지 말고 제때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만이 궁극적인 성공을 보장해 준다. 목표 지점이 아득하게 먼 것 같고,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하거나 조급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만물이 약동하는 봄이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들이나 산으로 나가 대자연의 합창소리에 귀 기울이며 대지의 기운을 느껴보자. 양지바른 논둑이나 언덕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자. 겨울을 견디어 낸 야생화를 바라보라. 굳은 땅도 뚫어버리는 연둣빛 새싹들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매일 조금씩 자라나 어느 순간 무성한 숲을 이루게 될 것이다. 실개천 물이 모여 거대한 강물이 됨을 기억하자.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